얼마전에 한 선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생도시절 그 선배로부터 당한 악몽들이 떠올라 그 선배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의 만남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생도의 행동은 변태적인 하급생도의 괴롭힘, 약자들을 괴롭히며 스스로 쾌감을 얻는 그 자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집단 자학행위였다.

군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한 개인의 성격적, 기질적 결함 때문에 어떤 개인이나 그룹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상황들에 대해서 지휘관들이 좀 신경을 써야 한다. 과거에는 집단적인 목적을 위하여 개성을 무시하는 것이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였지만, 이제 개인의 좋고 나쁜 특기나 장점들을 잘 관리하여 집단의 목적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한 리더쉽으로 생각되고 있다.

머리 좋은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도 일을 즐기는 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병사들이 업무를 즐겨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병사들의 개성을 잘 파악하여 동기욕구를 잘 불러 일으켜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병사들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고 그 개성을 집단의 목적에 도움이 되도록 잘 유도해 주어야 한다.

전투경찰로 복무하다가 심한 코골이로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의병전역한 한 젊은이의 고소사례를 보면서 그 부대 지휘관의 관리능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아직도 각개 병사들의 정신적, 기질적 개성에 대한 관리가 그렇게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일까. 그런 문제라면 주야간 근무를 바꿔 준다거나 근무처를 조정해 준다거나 요즘 부대에서 유행하는 코골이 수술을 해준다거나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같은 내무반 부대원들이 그 병사가 코를 심하게 골아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잠을 못자게 하거나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 씌웠고 낮에 전경버스에서 대기할 때도 졸지 못하도록 입에 휴지를 집어넣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까지 그냥 방치를 해놓았던 그 지휘관이 정말로 야속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우리 부대에 그 정도로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는 것일까.

그 병사는 `급성 정신분열증 등을 동반한 우울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부대원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로 우울장애가 생겼다면서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가 전투나 공무수행 중 입은 상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 결정을 받자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입대 전에는 정신질환 등을 앓은 경력이 없는 반면 입대 후부터 정신질환을 앓게 된 점, 코를 심하게 곤다는 이유로 부대원들로부터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 보이는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정신질환은 군복무 중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부대에서 사고만 나면 지휘관을 문책하는데 이거야말로 지휘관의 관리책임 소재를 따져 주어야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생도시절에 정말로 많은 기합(얼차례)을 받았다. 맞다가 까물어쳐서 아침에 일어난 적도 있었다. 아무리 심하게 기합을 받아도 기분이 좋을 때가 있었고 가벼운 기합을 받아도 내 정체성에 회의를 느낄 만큼 괴로울 때가 있었다. 정말로 훌륭한 상급자에게는 내 잘못을 보고하고 내가 스스로 요청해서 기합을 받은 적도 있었다. 젊은시절의 나에게 그저 자기 분풀이식으로 새디스트적인 괴롭힘을 준 상급생도가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단언하건데 그것은 결코 좋은 영향은 아니었다.

장병들 개개인의 정신적, 기질적 개성들이 부대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용할 수 있도록 지휘관들이 좀 더 치밀하게 구성원들을 관리해 줄 것을 바라며 특히 부정적인 개인의 기질적인 요소가 집단동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휘관들이 부대내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한다. 망조의 징조는 언제나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