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간산업으로서의
항공산업


진 광 철

두원중공업 영업본부장 상무이사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빈곤탈피를 최우선 과제로 하는 고성장 저부가가치형의 산업정책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단기간에 경이로운 성장을 이룩할 수는 있었지만 최근 15여 년간 격변하는 국제 정치상황, 국내기업의 현실안주, 그리고 과거지향적 정부정책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국가 경쟁력 상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 시각은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아주 심각한 상태로 비춰지고 있으며, 혹자는 우리의 경제가 남미의 모델을 걷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그간 우리 국민 모두가 단기간에 이룩한 경제개발의 성과에 만족한 나머지 미래지향적인 산업구조 개편에 실패한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경제가 곧바로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21세기의 우리의 경제 전망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에 희망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저효율 경제구조를 고효율 경제구조로 개편해야 하는 분야가 여러가지가 있으나 항공산업 분야야말로 가장 중요한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항공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거론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특수한 목적 아래 항공기 산업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추세이며, 미국은 최첨단 방산기술의 유지 및 주력 수출 산업화를 위해 항공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첨단기술 확보로 타 산업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기술도입 면허생산 형태로 항공산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자국수요충족 및 기술파급효과를 통한 연관 제조업 육성을 위해 항공기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 73년 자주국방을 기치로 항공우주산업의 국산화에 노력하여 87년에는 자체 기종을 개발해 냈으며, 12년만에 독자 비행기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 힘은 정부와 업체가 합심하여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한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항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단계별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그 1단계로 93년부터 96년간은 기술개발 및 저변확대의 일환으로 초급항공기 개발과 병행하여 한국형 전투기 기술도입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97년부터 2005년 까지 중형 항공기 및 고등 훈련기 개발과 아울러 세계수준의 자체 인증체제를 구축함으로써 2015년 까지는 세계 1위의 중소형 항공기 생산수출 국가로 도약함과 아울러 대형항공기 국제공동개발 사업참여와 차세대 전투기 독자 개발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세계 10위권의 항공 공업국으로 진입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는 계획이다. 그래서 그동안 항공관련자 모두들 의욕을 갖고 참여해 왔다.


정부의 야심찬 정책전략에 갈채를 보내긴 하지만 일면 또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재로 인하여 야기되었던 많은 문제점들을 감안할 때 다소 우려되는 점도 있어 이를 보완할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무리 정부가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였다고 해도 업체의 자체 투자를 통한 헌신이 없이는 그 계획이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정부의 정책이 기존의 틀을 견지하는 현실안주형의 정책으로 일관될 경우 새로운 차원의 기술과 방법을 필요로 하는 항공산업의 발전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셋째. 정부는 21세기에 우리나라 항공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업체의 자생력 확보가 관건임을 인식하고, 실행의 주체가 민간기업임을 염두에 둔 혁신적인 산업정책을 수립해야할 것이다.


넷째. 민간기업을 조정 통제하려고 하는 과거 정권의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민간기업이 경제원리에 따라, 기술개발을 이룩할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을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이원화되어 있는 국책연구기관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개선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부처간의 시각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끊임없는 진통을 통해 의견이 많이 수렴되어 발전적인 방향이 점진적으로 도출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정부나 업계가 명심해야할 것은 아무리 국가전략적인 사업이라 할 지라도 납세자인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는 많은 문제점을 잉태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잘못된 정책의 결과가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공산업 발전의 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면서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발전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근래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세계적인 추세는 내용상의 변동은 없지만 국경까지도 초월한 기업흡수 합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공우주산업 분야에 각종 지원 조치를 강구해 왔다.


첫째, 기간산업으로서의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에 있다. 이 산업이 가지는 기술 선도성 및 지식집약성의 인식으로 각국은 다투어 항공우주산업의 진흥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그 국가의 기술수준을 반영하므로 국가위신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항공기 관련 비용이 거대해졌다는 사실이다. 거액의 개발비를 들여야 하는데 제작 업체의 자기자금 충당만으로는 대단히 곤란하다. 또한 장기간의 개발비 회수 기간이 필요하므로 후발국 항공우주 기업들은 정부의 출자금, 보조금과 같은 저리금리의 투입여부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지원은 정부출자나 개발비의 직접지원, 기계설비 대여의 간접지원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개발비 지원율이 50%이상이며, 성공불(정부가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 실패할 경우에는 정부지원금의 상환의무 면제)의 보조금 지원 또는 무이자 융자,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그 시점에서 지원금으로 전환하고 양산비 일부나 판매비에 대해서도 금융 세제등으로 우대방안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정부가 자국의 부품제작업체인 아에로스빠시알사와 스넥마사의 주식을 각각 75%, 95%를 보유하고 있고, 영국에서도 롤스로이스사 도산시 그 주식을 정부가 100% 인수하여 재출범시켰고, 1977년에는 4개사를 국유화하여 BAe로 통합 발족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국의 두 회사는 100% 민영화되어 있다.


간접지원의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국가소유의 건물, 토지, 기계설비 등을 민간회사에 대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Boeing사의 토지, 건물의 약 20%는 현재에도 국유로 되어 있다. 또한 기계설비 등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정부자금으로 조달하여 항공기 제작업체에 대여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우주산업은 이러한 유리한 환경 조건의 혜택으로 간접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첫째, 국가의 기간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조세감면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항공산업 발전의 선진국에서도 기계설비의 법정내용 년수를 단축시키는 등 실질적인 각종 세제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둘째, 국가의 미래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이런 기간산업은 개발비의 회수기간이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개발원금의 이자율을 인하시킬 경우 산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들은 재무의 건실화를 이룰 수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산 항공기를 구매하는 사용자에 대하여 미국 수출입은행의 융자나 채무보증을 실시하는 제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마케팅 관점에서 정부의 직접지원을 배제하고 경제적인 흐름에 따라 업체가 직접 마케팅을 주관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민간항공 수준은 세계 4위이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첨단과학이나 기술은 아주 저급한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의 기술수준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외국의 첨단 과학장비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선진국의 업계와 기술제휴나 합작 등의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은 그 목적이 한국의 기술축적이라는 점이다. 돈만 들이고 한국업계에 아무런 기술축적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 항공산업발전은 절망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산.학.연.정부가 상호협력하여 정부 및 업계의 투자에 대한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활발한 접촉과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