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무기상의 농간


박경석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화두에 대한 해답은 둘이다. 첫째는 긍정적인 면이다. 즉 해방을 가져다 준
은혜의 나라이고 한국전쟁 발발로 우리가 누란의 위기에 빠졌을 때 직접 군사개입으로
자유를 수호해준 혈맹 우방국이라고. 또 하나를 덧붙인다면 한반도 전쟁억제와 함께
효과적인 경제원조로 오늘의 경제한국을 건설하는 데 기여한 점일 게다. 두번째 부정적인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그것은 1905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육군장관 태프트(W.H Taft, 1857-1930)를
당시 일본국 수상인 가쓰라에게 밀사로 파견하여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것을
묵인할 테니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묵인해 달라는 비밀각서를 교환함으로써 사실상
일본의 조선점령을 미국이 부추기었다는 점이다.


다음은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하여 소련과 미국의 분할 점령을 책정해서 오늘의
분단의 비극을 배태케한 당사국이 미국이었다. 또한 그로 말미암아 한국전쟁이 발발하였으므로
미국이 그 책임의 일단이 분명하다. 소련은 북한 인민군이 정규전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와 장비로 무장시킨데 반하여 미국은 한국군을 비정규전 수준의 제한된 장비로
무장케 하여 3류 군대로 묶은 뒤, 미군은 철수해버렸다.


거기에 대하여 맥아더 극동군 사령관은 1949년 미국의 극동전략상 한반도는 불필요하다고
워싱턴 당국에 보고했고 따라서 1950년 초 미 국무장관 애치슨이 한반도는 미국의
극동방위선에서 제외되었음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위에서 지적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비교 분석한다면 미국은 우리에게
‘병주고 약주는 식’으로 자국 이익에 우선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작금의 미국 대한반도정책도 그 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조짐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10대 교역국 가운데 한국은 수출에서 227억달러로 8위를 기록하고
있고 수입은 266억달러로 5위로 집계돼 미국에 대해 39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제2의 교역국인 일본은 같은 기간 미국과의 무역에서 무려 47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는 압력을 가하지 못하고 만만한 한국을 사사건건
괴롭히고 있는 실정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미국의 모든 교역국 가운데 최대의 ‘봉’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만 하더라도 권한은 몽땅 자기네 몫이고 돈은 최대의
봉인 ‘한국이 전부 부담하라’는 식이다.


최근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Defence news)는 한국이 오는 1999년까지
총 1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의 공중재급유기 4대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어서 한국이 공중재급유기를 보유할 경우 작전 반경이 한반도를 넘어서게 돼 통일
이후 지역안보를 담당하는 새로운 작전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시아지역
안보태세를 고려, 동맹국 한국과 일본 어느 국가도 공중재급유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해온 미국 국방정책이 변경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디펜스 뉴스는 한술 더 뜨고
있다.


이 보도에 대하여 논평하라면 한마디로 미국의 가소로운 농간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미국 최대의 봉인 한국에 인심쓰듯 정책변경까지 하면서 한국을 부추기어
놓고 고가장비를 팔아먹겠다는 속셈이다.


지금 당장 북한군의 위협에 대처해야 할 한국공군의 작전반경이 한반도에 국한되어
있는 상황하에서는 공중재급여기를 공짜로 준다해도 필요없는 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이 된다고 가정해도 상당기간 불필요하다. 통일한국의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에
지역안보에 눈돌릴 여력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의 그와같은 정황을 모르고
보도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 보도를 통하여 주변 강대국, 이를테면 일본이나 중국들에게
노리는 또다른 농간이 있을 것이다.


상호 경쟁심리를 자극하여 무기의 값을 올리고 더 많이 팔아먹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특히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우쭐대기 좋아해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었어도 동북
아시아 지역안보 담당이라는 명분에 홀려 ‘장차 대비용’이라는 구실로 사드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하에서 계산된 보도였을 것이다.


미국의 첨단무기는 정밀하여 고가인 반면에 효용성에 있어서 값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의 일치된 견해이다. 걸프전에서 떠들썩 했던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값에 비해 정확도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판정이 나있다.


실제 우리는 강릉 잠수함침투 사건시의 공비탐색작전중 헬기에 탑재한 열추적장비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3월 3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호주 에어쇼에 참가했던 차세대 전략수송기라는
C-17기가 요란한 선전과 함께 나타났다.


일반에 기체가 공개되면서 승무원들은 화물적재훈련에 이어 공중시험비행까지
선보였다. 그 의도는 뻔한 것이다. 국가예산을 헤프게 쓰는 한국정부 당국자의 마음을
움직이어 비싼 값에 팔아먹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C-17기는 그 값에 비하여 효용성이 문제가 될뿐 아니라 기체가 축구장
반 정도로 커 북한군의 레이더망에 100% 포착됨은 물론 미사일 공격의 최상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결정적인 취약성이 있다. 따라서 만약 C-17기가 수송중 미사일에 피격
격추된다면 그 손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미국 무기상에 의해 한국은 늘 농간 대상지역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정부나 군
당국자는 심각하게 의식해야 한다. 최첨단 무기라 하여 정밀성이 뛰어나고 대단한
성능을 자랑한다고 해서 한국군에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특히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한반도 작전권역에서는 미국의 첨단정밀장비의 효용성이
전혀 없거나 있어도 반감된다는 사실을 참작해야 한다.


미국의 첨단 정밀장비가 사막지대인 걸프전에서는 그 효능을 발휘했지만 정글지형인
월남전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웠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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