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으는 항공에서, 만드는 항공으로

날으는 항공에서, 만드는 항공으로



박정아



일찍이 항공기 정비로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취항 외국 항공사의 항공기
정비를 도맡아


온 대한항공은 1975년에 방위산업체로 지정받으면서, 곧이어 한국군의 500MD 헬기
생산에 들어가 1977년에 1호기를 출고하였다. 이렇게 출범한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한국군 군용기(78년) 및 미군 군용기(79년) 창정비 사업을 시작하면서 첨단 기술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고 아울러 항공기 자체 제작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이후 오늘에 이른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사업 분야는 항공기 생산, 항공기 부품,
위성체 부품 생산, 항공기 및 부품의 수리와 개조 등 다섯 분야로 나뉜다.


이미 완료한 500MD 헬기 및 F5 생산, 1999년까지 계속될 UH-60 헬기 생산 및 F-16
전투기 생산 등이 항공기 생산 사업이며, 항공기 부품 생산 사업은 1984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B747날개 부품, B777 날개 부품, MD-80 동체 구조물, MD-11 기체 부품,
A330/340 동체 구조물, 500MD 계열 헬기 동체, MD-80 조종면 부품 생산 등이다.


군용기엔진 생산 사업으로는 UH-60 헬기용 T700 엔진 생산이 95년까지 계속되었고
민항기용으로는 PW4000계열 엔진부품 생산등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위성체 생산은 무궁화 통신 위성체 생산을 완료했다. 한편, 수리 개조 사업으로는
한국군 및 미군의 군용기 창정비와 각종 보기류 수리 및 개조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렇듯 각종 항공기 제작과 부품 제작, 엔진 제작과 부품 제작, 수리와 개조 사업
등을 통하여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첨단 기술과 역량을 쌓음으로써 마침내 지난 91년
최초의 국산 항공기인 ‘창공-91'의 개발 및 생산, 그리고 시험 비행에 성공하였다.
이는 항공운송 회사로서 자체 정비 시스템과 항공기 생산 시스템을 갖춘, 세계에서도
그 유례가 드문 경우로, 우리의 기술과 국력을 세계에 알리는 쾌거였다.


그동안 3,210억 원에 이르는 지속적인 투자와 약 2200명에 이르는 전문 인력 양성으로
우리의 항공기 제작 기술 선진화에 땀을 흘려온 대한항공은, 이제 다가올 우주 시대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깆추고 2000년대로 향하고 있다. 그 역사를 이끌어갈 전진
기지인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바로 한국의 젊음이 살아 숨쉬는 약동의 현장이다.


그곳 사람들의 움직임은 정밀하고 신중하다. 항공기 자체가 고도의 정밀성과 안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각 공장의 기술자들은 마치 연구소의 연구원들처럼
수시로 책을 보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그건 바로 완벽을 추구하는 무언의 열기로서,
몇 군데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금세 와닿는 젊음의 맥박이다.


거의 모든 기체 부품의 제작은 컴퓨터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정밀하게 이루어진다.
기계 부품을 깎아내는 것부터 그 규격 검사까지를 프로그래밍된 수치에 따라 컴퓨터로
해나가는데, 이를 오퍼레이팅하고 관리하는 엔지니어가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매뉴얼
책자를 옆에 놓고 반복 확인해가며 작업을 진행한다. 물론 완벽을 위한 확인이다.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내어 기체 부품을 제작하는 'Gantry Milling' 작업은 그대표적인
예이다.


육면체로 잘라진 여러 크기의 알루미늄 덩어리를 각각 용도에 맞게 작업대에 올려놓고
자리를 고정시킨 다음 기계를 작동시키면 마치 종이장처럼 얇게 알루미늄이 깎여나간다.
이때 입력된 대로 다입방체의 모양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그 과정이 섬세한 조각가의
작업처럼 자못 예술적이기까지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삼차원적 입체물의 조형미다. 직선과 곡선이 교묘히
어울려 이루어지는 이 삼차원의 입체물은 비행에 있어 기체 각부품의 힘의 역학 관계를
적절히 조절해내는데 더없이 적절한 조형물. 따라서 그 정밀도는 10만분의 1인치
이상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을 만큼 엄격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한편, 그 정도의 오차까지 감지해 낼 수 있는 센서가 부품의 세밀한 부분을 측정해나가는
동안 그 데이터는 바로 모니터에 기록되어 나온다. 미세한 오차라도 발견되면 그
즉시 정교한 수정 작업이 뒤따른다.


삼차원 좌표 측정이라 불리는 이 검사는 엔진 부품에도 적용된다. 특히 미세한
오차라도 가동중에 이상을 유발시킬 요인이 되므로, 엔진 부품의 삼차원 좌표 측정은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최대 노하우라 할 만큼 고도로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 ‘엔진
테스트 셀'에서의 엔진 시험 테스트 기록을 보면 이 노하우가 정말 자랑할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처음 테스트에서 ‘OK'를 받은 기록이 게시판에 쭉 이어져 붙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테스트도 그 어떤 공정 못지않게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정밀성과
엄격함을 바탕으로 최소한 5년 이상의 수련을 거쳐 조종실 모니터 앞에 앉게 되는데,
모니터에 나타나는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서도 금세 엔진의 상태를 감지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다양한 기종의 항공기 정비를 통하여 이 노하우를 쌓아온 대한항공은
보다 더 완벽한 작업을 위해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고도의 정밀성과 아울러 각 부품의 내구성도 비행기의 생명. 가볍고 견고하며
물질 내부 구성에 조그만 흠도 없어야 하는데, B747에 들어가는 날개 부품의 표면
처리 과정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정교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날개 부품은 좁쌀만한 쇠구슬 수백만 개가 골고루
쳐가며 다듬는 ‘shot-peening Forming'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로써 내부에 조그만
흠도 없는 견고한 날개 부품이 완성되면, 현미경으로 그 표면을 일일이 검사한다.


전부품의 표면 처리도 항공기에는 필수적인 요소. 기후 및 기온의 변화가 극심한
하늘을 나는 항공기이므로, 동체를 비롯한 모든 부품의 부식 또는 손상을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면 처리는 크게 코팅과 화학적 밀링(Chemical Milling)으로 나뉜다.
여러 가지 약품이 담긴 수조에 차례로 부품을 담궈 완성해내는 코팅과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무게를 덜기 위해 약품 처리하는 화학적 밀링과정을 거치면서 필요한 색상을
함께 입히거나 색상을 조절해낸다.


특수 합금 소재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지는 기체나 부품과는 별도로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 복합 소재가 많이 쓰인다.
더 가볍고 더 견고한 것이 경제성이나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복합
소재는 동체의 여러 부분에 많이 쓰이는데, 얇은 테이프처럼 제조된 복합 소재를
한 겹 한겹 일일이 손으로 붙여 구조물을 만든 다음 그 사이사이의 미세한 공간이라도
없애기 위해 공기 흡입 장치를 함께 갖춘 열 방사실인 ‘Auto-Clave'에 넣어 압축시킨다.
이렇게 본딩한 복합 소재 구조물의 내부 결함을 검출하기 위해 최첨단 컬러 모니터가
부착된 초음파 ‘C-scan'으로 테스트를 하고, 조정실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이상 유무를
체크하여 결함을 보완하면 복합소재 구조물은 비로소 완성된다.


정밀한 과정과 아울러 기계 공장 곳곳에서는 오로지 경험과 숙련에 의해서만 가능한
부품 제작이 소리 없이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부품을 동시에
성형할 수 있는 ‘Fluid Cell Press'는 다년간의 경험과 숙련에 의해 설계, 제작된
금형을 이용하며 이때 기술자들의 손끝과 눈길은 그 어느 정밀 전자 기기보다 예민한
센서가 되는 것이다.


항공우주사업본부의 포부는 크다. 그러나 그 걸음은 신중하게 계획되어 있다.


다가올 2000년까지 초등 및 고등 훈련기 개발, 민항기 국제 공동 개발, 위성체
개발, 엔진 생산설비 완비, 종합 연구소 건립 등을 하나하나 이루어나갈 것이다.
이 모든 일에 신뢰와 기대감은 오랫동안 그곳에 형성되어왔을 진지한 분위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곳에 이런 이름을 주고 싶다. ‘창창한 한국의 젊음'. 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