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라도 이리 저리 헤쳐보고, 뒤집어 보고, 실험을 해서 끊임없이 매뉴얼을 고쳐나가야 한다.
military
2014년 08월 22일 11:31
조회 15379
부대내에서나 민군간에 안보문제, 군사문제에 대해서 토론회를 할 때 지휘관이나 군의 입맛에만 맞게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토론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차피 군의 지휘관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결정을 하게 되는 건데, 토론에서 지휘관이나 군의 생각에 일치하는 이야기, 지휘관이나 군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들만 늘어놓는다면, 토론의 성과가 무엇인가? 또 군이나 지휘관의 의견과 같으면 친군이고 다르면 반군이라고 하는 흑백논리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내가 생각할 때는 적어도 우리 군이나 지휘관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 생각해 보았으나 실천에 주저하고 있는 것들, 적어도 군이나 지휘관의 시야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이 토론에서 나와야 우리 군의 지휘관이 새로운 결정, 창의적인 결정, 기발한 결정, 좋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 아닌가? 군에서 군의 원칙대로, 군의 생리대로 일단 결정된 것에 대해서 일점 오차없이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부대내 부하들과 토론이나 국민들과의 토론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다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 군과 지휘관들은 국민들이나 부하들의 다른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지 말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살피고 참조하여 스스로 권한과 책임을 갖고 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군이나 지휘관이 내린 결정에 어긋날 경우, 엄정하게 백벌백계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공감대는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지, 듣기 좋은 말만 하도록 하고, 쉬쉬하면서 눈가리고 아웅하는데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형성된 기준이기 때문에 백벌백계가 제대로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은 그렇게 엄정하게, 가능한 좁게 해야 하지만 토론은 아주 탄력적으로 부드럽게, 가능한 넓게 넓게 하도록 해야 한다.
자주 실현가능성이라던가 대안이 현실적인가 하는 비판이 있는데 새로운 대안이라고 하는 것은 해보지 않으면 언제나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현실보다는 이상적이고, 보수적이기보다는 리버럴한 마인드를 가져야 발전이 있다. 그렇게 해야 우리 군의 정책형성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군의 경직된 의사결정 분위기를 창의적인 분위기로 환기시킬 수 있다. 군의 편성이라던가, 훈련이라던가, 징집이라던가, 동원과 같은 막강한 군정권을 가지고 있는 총장들이 그동안 자리에 화석화되어 앞의 총장, 그 앞의 총장들이 해왔던 대로 판에 박힌 업무를 수행해 온 점이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
이번 총장이 자기 자신에게 엄연하게 군정권이 부여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기 좋다. 강한 군대는 코끼리 군대나 뚝고무 군대가 아니다. 날렵하고 찰고무 같고 반응성이 뛰어난 군대가 강한 군대다. 뚝고무 같은 군대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필자는 걸프전에 참전하여 전쟁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 군이 너무 오래 평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러라도 우리 군의 부대 운용을 이리 저리 헤쳐보고, 뒤집어 보고, 실험을 해서 끊임없이 매뉴얼을 고쳐나가야 한다. 그래야, 기동성 있는 부대, 어떤 침입에도 탄력성이 있는 부대, 축축 늘어나지만 유사시에 바짝 당겨질 수 있는 찰고무같은 부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