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개교 70주년을 축하하며!
military
2016년 05월 04일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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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개교 70주년을 축하하며!
1976년 1월 31일, 매서운 겨울바람에 몸을 움 추리면서 기대감 반, 불안감 반으로 육군사관학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렇게 해서 맺어진 인연이 좋건 싫건 이제 벗어날 수 없는 내 인생의 정체성이 되고 말았다. 내가 겪은 인간 감정의 가장 밑바닥도, 내가 겪은 인간 감정의 최고의 절정도 육사에서 맛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육사출신!’ 이것은 내가 죽어서도 내 이름을 끝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역시 나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모교는 육군사관학교요, 또 가장 끈끈한 동문도 역시 육사 동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시 한번 개교 70주년을 자축하며 동문들 사이에서 자주 이슈가 되고 있는 3금제도에 대해서 필자도 의견을 제시해 본다. 최근에 3금제도는 많은 논란 끝에 생도들이 바깥에서 사복을 입었거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음주가 허용되고 생도복을 입었거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음주가 금지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한다. 지난번에 필자가 외국인 생도 후견인을 맡아 다른 후견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외국인 생도들과 함께 맥주로 건배할 수 있도록 나에게 육사교장에게 전화를 걸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뭐 그런 일로 교장에게 직접 전화하기도 어색하고 그래서 담당장교에게 전화를 하니 응답이 없었다. 만약에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맥주로 함께 건배를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참 선배인 나는 그들이 마땅히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3금제도에 대하여 필자는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이 3금제도의 근본목적을 실현하는데 3금제도가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3금제도의 목적이 무엇인가? 술과 담배, 여자에 대한 절제의 도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본다. 절제된 생활은 장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4년동안 3금을 지킨 생도들이 졸업하여 장교로 임관한 뒤, 과연 다른 시민들보다 술과 담배, 여자에 대하여 더 절제된 행태를 보이고 있는가?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술, 담배, 여자에 대한 육사 졸업생들의 절제가 다른 시민들보다 결코 더 낫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4년간의 금지가 졸업 후에 풀려 그에 대한 해방감으로 술과 담배에 더 탐닉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심지어 필자는 아주 오래 전의 일이긴 하지만 선배가 후배들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총각 딱지를 떼어준다며 매춘을 조장하는 것을 체험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것이 일종의 낭만으로 생각되었지만, 어쨌든 3금의 취지나 목적의 역기능, 역작용의 효과임이 분명한 일이었다.
두번째는 3금제도가 생도들에게 은연중에 위선의식을 강화시키는 폐해가 있다는 점이다. 규정이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지켜지기가 어려운 것이고, 또 규정에 대한 징계가 ‘퇴교’ 이런 식으로 엄하면 엄할수록 쉽게 징계를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재수가 좋으면 넘어가고 재수가 없으면 걸린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필자는 생도시절에도 3금제도를 지키지 않는 많은 선배들을 목격했었다. 그들 중에는 나중에 임관해서 대장까지 진급한 사람도 있었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 나도 마땅히 규정에 따라서 양심보고를 했어야 했는데 내가 양심보고를 해서 그 선배를 퇴교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 그런 상황에서 양심보고를 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고 본다. 3금제도가 오히려 생도들에게 규정을 지키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겉으로는 그 규정이 마치 성스러운 규칙인 양, 위장하는 위선자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사관생도는 진실만을 말한다!’ 누구라도 거짓이 발견되면 퇴교를 당하게 되어있다. 우리 중 누가 이런 ‘거짓’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필자도 이제 육사에 입교한지 40년이 된다. 이제 필자는 이 3금제도를 폐지할 것을 제시해 본다. 3금이 자랑이 아니라 술, 담배, 여자 등 본능적인 욕구에 대해서 절제할 수 있는 그 용기와 실천이 자랑인 것이다. 오히려 상급자가 하급자와 함께 자연스럽게 일과 후에 정복을 입었건 사복을 입었건 술을 마시면서 술을 절제하는 방법이나 술이 취한 후의 예절을 설명하는 식으로, 담배를 피우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중도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식으로, 또 이성과 자유롭게 교제하면서도 본능을 절제하고 성에 대한 지식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방식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육사는 성직자를 양성하는 수도원이 아니다. 임관하여 그야말로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을 지도해야 하는 사람이다. 개교 70주년을 맞이 하면서 뭔가 실질적인 육사의 덕목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