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해본다면.
선생님(담임)은 1년(10개월)간 만납니다.때로 2년 동안 만나는 특이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지휘관(하사관,장교)은 병의 입장으로선 최장 3년(30개월) 만납니다.
담임선생님들을 차례로 떠올려 봅니다....
초등학교 4,5학년때 담임선생님은 만나뵙고 싶습니다.
중학교 2학년 담임은 그냥 소식이 궁금한 정도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은 그립습니다(!)
(담당은 화학이셨습니다. 고2때 화학점수 1년 평균 98점이었고 공부 따로 안했습니다
뭐 그런 이유 때문에 그리운 건 아닙니다만 ^^;; 학급서기(이거 성적순)에 불과했던 저
를 전교 1등 들만 모인다는 수련회에 추천해주신 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그 선생님
덕분으로 난생 처음 시향 오케스트라 연주를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선 더
더욱 고맙게 생각합니다만, 역시 그게 그리운 이유는 아닙니다)
중학교 3학년때 담임은 선생이 아니라 깡패였습니다.
고1,3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어느 학년 담임인가는 우편제도에 심취했었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이젠 오래되어 희미할 뿐입니다. 전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어디선가 잘들
사시고 계시겠지요...
어제 버스정류장에서 고등학교때 물리선생님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는데 한참 지나서 생각났습
니다... '맞아!'... 인사라도 드리는 건데.... (저 낙향중입니다 ^^)
그런데 군대시절에 저의 지휘관들은 모두 탁월한 군인이었지만, 그리 기억이 명확치 않습니다.
소대장, 중대장, 포대장, OO과장, 대대장.. 모두 탁월하고 유능한 장교 하사관들이었습니다만,
그냥 대대장님만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대단히 죄송스럽게 성함에 혼동이 옵니다. 그냥
군복무한지 어언 OO년이 훌쩍 지나버린 탓이라 자위할 수 밖에요...
만나뵙고 인사드리고픈 선생님들과 그 수로 견주어 본다면 그만큼 지휘관의 길은 험난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돌이켜볼때 저를 가르쳤던 교사들은 매우 그 편차가 심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망할놈의 독일어, 꼴통수학, 잘났다생물, 가증영어 ....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를 가르쳤던 지휘관들은 모두 존경할만 구석이 하나 이상씩 존재했고 편차가 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육군 파이팅입니다!!!)
군대 있을때 그 대대장님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군인
인데 대대원들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다루니 학생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군인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 누가 뭐랍니까? 훈련상황일때를 말하는 게 아닌데요.. ^^;;
키가 매우 작으셔서 지휘봉을 들고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우리끼리 '똘이장군'이라고 뒤에서
키득거렸지만, 그래도 그 대대장님을 마주치면 좋았습니다.
엄청나게 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주말 오전, 밀린 빨래 하고 샤워도 하고 PX에 모여 앉아 쵸코
파이를 먹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울때 그 대대장님이 불쑥 나타나셨습니다. 웃으시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상태를 살피더니 지나가는 말로 "이제야 사람같이들 보이는구나" 하셨던 말과 장면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죽으라고 하면 죽는게 명령입니다.
사회에서 누가 죽으라고 하면 너 미쳤냐고 반문하겠지만, 군대에서는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정상
입니다. 그만큼 군인은 전쟁을 위해 존재하고, 전쟁은 죽음의 가능성을 마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그러니까 말그대로 만약^^) 그 때 대대장님이 죽으라고 했다면(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
겠지만) "네, 죽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심정이 억울하지 만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뭐?' 하고 묻는다면, 그게 자연스레... '전투력향상' 아니겠습니까??
영화 '머나먼 다리'에서 디스크에 걸려 짜증이 잔뜩 난 장군이 무리한 도하작전을 명령합니다..
무전기를 들고 있던 로버트 레드포드 소령에게 옆에 있던 부하장교가 묻습니다.
"뭐라고 합니까?"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군........죽어주자구.."
(방금 이 영화 감상중이었습니다.. 몇번째 보는 건지..... 치통이 있어서 모임도 마다하고 집에
들어와서 방구석탱이 쳐박혀... 나중에 리뷰나 써볼까 하고.... )
가끔 어떤 계기가 되서 군대생활을 떠올릴때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옛직장동료
에게서 뭣 좀 빌려달라는 문자가 왔는데 휴대폰 액정에서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어떤 얼굴이 떠올
랐습니다. 이름이 좀 비슷해서요 ^^
제가 상병끝자락일때 군기담당 병장 짠밥이었던 내무반 고참 2,3명..모두 전국 각지에서 모였던
사람들이다 보니 제대와 함께 연락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대대장님이 생각났
던 겁니다.
한번 대대장은 영원한 대대장입니다. "대대장님, 건강하시고 잘 계시죠? 김병장 인사드립니다"
[잡담] 선생님과 지휘관의 차이
열추적
2008년 06월 27일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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