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의 안보환경
이경표
냉전 이후 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붕괴로 공산진영 대 자유진영간의
대립은 소멸되었다. 그러나 신민족주의와 국가 이익을 바탕으로 한 국가들의 실리외교
추세는 한반도 주변 전략환경을 냉전시기보다 더 한층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아·태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세력 균형자의 역할을
자처하면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이나 우방국들에게 부담을 지우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역내국가들은 방위력 증강과 안보역할 증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러시아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회복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 주도권을
잡기에는 제약을 받고 있으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참여와 영향력 행사의 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해 아·태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비롯한 아·태 지역을 공동지배하거나 그들의
영향권으로 만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일본은 미·일 안보체제내에서 지역 방위태세를
점차적으로 확충하면서 국제적 공헌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미·일관계는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미·중관계는 긴장되는
가운데 중·러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미국의 아태지역에서 장기적
역할 변화 가능성에 따른 중·일간의 지역질서의 주도권 경쟁 가능성, 중일 군사
현대화에 따른 군사적 위협 가능성과 정치적 역할의 확대 가능성은 지역내 중소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동북아에 패권세력의 등장을 방지하면서 지역국가간의
군비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안보 협력체제가 가까운 장래에 성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변 4국간의 느슨한 세력 균형체제가 미국을 균형자로 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존속될 전망이다.
남북한간에는 북한체제의 폐쇄성과 이념적 경직성에 기인하는
불신과 상호위협 및 대결관계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러시아, 중국과
관계개선을 했으나 북한은 아직 미국,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지 못했다. 이러한
국제 역학관계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약화시킴으로써,
북한의 대남도발을 견제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주변 4강은 한반도를 자국의 안보이익지대로 보고 있다. 앞으로
주변 4국간의 관계가 협력보다는 대립으로 나간다거나, 특히 중·러와 미·일의 대립구도가
형성된다면 한반도는 이들 4각의 권력 각축장이 되어 장기적으로 평화체제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이들 4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이유로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전략정세를 감안하여 무엇보다도 먼저 국방력 정비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한반도에 평화공존체제를 만들어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면서
통일한국이 주변4국의 이익과 합치된다는 점을 주지시킴으로써 이들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나라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망하고 천하가 비록 태평하다 하더라도 국방에 소홀하면 반드시 위기에
처하게 된다.' - 사마양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