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강석승 보좌관 (行博, 통일원 정보분석실, 서경대·동덕여대
강사)


   최근 국내외의 매스컴은 김정일이라는 세습 독재자를 중심으로
‘우리식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 사회에 관한 소식을 ‘핫이슈’로
다루고 있다. 북한 사회가 이토록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정권 수립 50여년이 되도록
민의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채 좥김일성 일가좦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는 좥정년제좦 가 철저히
무시되는 속에서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무력적화통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학자 좥마스로우좦가 지적했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 조차도 해결하지 못한 채 그 원인을 ‘자연재해’로 돌리면서
기아와 질병 속에서 그들 주민을 고통받게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의 차원을 넘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기까지 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55마일에 이르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북한 (그들의 공식 국호는 좥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좦)은 '90년대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식량난.에너지난,외화난 등 이른바 좥3난좦으로 체제 위기에 봉착하고
있으며, 모든 주민이좥김정일좦이라는 독재자를 위한 ‘총폭탄. 결사옹위체’로서
동원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몇 년전부터는 이러한 인간이하의 생활을
견디다 못한 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유를 찾아, 인간다운
삶을 위해 우리나라로 귀순해 오고 있어, 과연 북한사회의 실상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글은 그동안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였거나, 제3국에서
북한에 대한 실상을 입수. 발표한 자료, 그리고 북한에서 살다 우리 사회로 귀순한
북한이탈주민들이 전해 주는 실상, 우리내부에서 북한실상에 관하여 발표, 공개한
여러 자료를 토대로하여 북한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관해 쓴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인식, 이는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화해.협력추세가
한반도에도 점점 밀려오고 있고, 이러한 속에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더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계에서 공산당
1당독재를 택해왔던 나라들이 하나둘 역사의 무대뒷편, 저쪽으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우리식 사회주의의 불패성’을 굳게 믿고 있는 북한의 실상은 안타깝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지난 '60년대 초부터 ‘흰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을
전체주민에게 보장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김일성도 인간의 제한된 수명으로 인해
불귀의 객으로 가버린 지금, 북한은 아직도 과거의 낙후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아선상에서 헤메이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 2년동안 북한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그나마 국가의 위신과 체면을 중하게 여겨왔던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에 긴급
구원의 손길을 내밀게 하였으니, 북한을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여야 하는
우리의 당혹감이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을 ‘빨갱이집단’이요 ‘괴뢰집단’이요
하면서 붉은 색을 띤 공산주의 집단으로 단정해 왔고, 이러한 북한을 대상으로 ‘승공’
‘멸공’ ‘반공’ ‘지공’ ‘통일을 추구해 왔던 것이다.


   이곳에서의 ‘승공’이란 북한을 상대로 이기자는 의미를,
‘멸공’은 공산주의를 없애자는, ‘반공’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그리고 ‘지공’이란
공산주의를 알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변화한 시대적 상황에 맞게
북한 인식을 정확히 할 필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북한은 우리가 무찌르고 쳐부수어야
할 ‘가상적국’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공존공영해야 할 ‘민족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대북인식은 북한이 가끔씩
내보이는 이상적 형태로 인해 정부 당국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감출
수 없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만 해도 그렇다. 지난 '95년 6월 극심한
식량난으로 호구지책조차 제대로 연명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형편에 놓인 북한을
돕기위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그야말로 정치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뛰어넘어, 이
중에는 분명히 한국전쟁으로 인해 부모와 처자식을 잃었거나, 불구의 몸이 된 사람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즉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딱한 사정을 ‘더 이상 못본 체
해서는 안된다’는 인도주의적인, 그야말로 순수한 동포에적 정신이 발현된 성금이
모아졌다.


   여기에 앞장선 사람은 종교인들과 민간단체의 구성원들이었으며,
우리 정부도 그동안 적립해 놓았던좥남북교류협력기금좦을 충당하기로 결정하였다.


   특히 정부는 국제시세로 2억3천7백만달러어치에 상당하는 쌀
15만톤을 북한에 아무런 정치적 조건없이 제공하였다.


   그러나 정작 고마워해야 할 북한은 감사표시 한마디 없이 쌀을
싣고 청진항에 들어가는 우리 선박에 강제적으로 ‘인공기’를 게양하게 하는가 하면,
이것도 모자라 선박에 숭선한 우리 선원이 ‘정탐행위를 했다’는 얼토당토한 이유를
내세워 강제억류하기도 하였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우리 국민들은 북한을 상대로 대화.협상을
통해 통일을 일구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의 대북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이런 의구심과 비판은 북한의
‘너무도 기막힌 어려운 실상’ 앞에서는 다시금 대북지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제기케
하였던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급기야 정부는 ‘대한적십자사’를 창구로 한 대북지원을 계속하였고
그 결과는 18차레에 걸쳐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모포와 식용유.밀가루.분유 등을
제공케 하였다. 이러한 동포애적 정신에 입각한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적반하장적
행태를 또다시 재연하였으니, 그것은 지난해 9월 잠수함을 통해 20여명의 무장공비를
남파한 사건이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와 더불어 통일을 일구어나갈 대상인 북한을 현실적 난관에서 구원해 주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옥수수가루를 비롯한 5만톤에 이르는 식량을 직접 전달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한이 좥4자회담좦과 같은 정식협의 채널에 임해 나온다면 더 많은 지원을
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갈지, 남북한간
대화와 협상이 평화통일을 향한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낙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바로 대화.통일의 상대인 북한이 언제 어떻게 남북관계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생각지도 않은 구실과 변명을 제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하여 우리가 통일문제를 협의하고 좥민족공동체좦의
미래상을 창출해 내야 하는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비록 외세에 의해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이 찾아왔지만, 남북한
모두가 서로 노력한다면 분단으로 인해 생긴 깊은 반목과 불신의 골을 극복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한다면 우리 남북한은 민족고유의 기개와 역량을 전세계에 떨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어떤 면에서 본다면, 한반도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남북한은 155마일에 이르는 군사 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매우 첨예한 대치상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국민에게 대북
경계심을 해이하게 함으로써 안보의 공동화(空洞化)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내부사회 분열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 줄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실을 보다 냉철히 조명하는 가운데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 북한이 무모한 대남도발을
감행하지 않도록 일면으로는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또다른 면으로는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광장에 나오도록 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는 비록 북한이 ‘우리식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모든 주민을 ‘눈멀고 귀멀게’하는 폐쇄.고립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하고 있지만,
서방 선진사회의 우월한 문물이 북한사회에 전파된다면, 북한의 이러한 주민에 대한
동제.감시정책도 한계를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커다란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식을, 우리와 더불어 함께 공존공영할
수 있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새롭게 정립해아 할 것이며, 이러한 가운데서도 북한이
만의 하나 저지를 지도 모를 무력도발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고양시키고, 평화통일을 일구어
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첩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