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하지 맙시다
박정아(본지 취재부 차장)
묘한 일이다. 억울해 하는 사람은 죄가 없어야 “억울하다”고
할 텐데, 죄지은 사람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묘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요즘 신문에는
죄 있는 사람이, 유행병인 리스트에 오르기라도 하면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재수없어서
걸려들었다고 억울해 하는 세상이다.
정태수 리스트, 김현철 리스트, 개똥이 리스트, 자고 나면
오늘은 신문에 어떤 신종리스트가 발표되나, 괜스리 사람들은 발표된 리스트에 빠진
리스트까지 상상으로, 풍문으로 짜맞추기 퀴즈가 바쁜 일과가 된 것 같다.
보는 사람들은 추가 리스트를 맞추는 재미에 즐겁(?)기만 한데,
그 리스트라는 것에 걸려든 사람치고 “그래, 내가 이만큼 잘못했어. 이만큼은 죄가를
달게 받겠다”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저 여론 죄몫에 걸려도, 검찰청 출두하는
사건에서는 변명하고 억울해하는 모습뿐이다.죄를 수긍하고 부끄러하기 보다는 “재수없게,
나만 걸렸다”는 표정이다.
더 나아가서는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느냐? 나만 가지고
그러는건 음모(?)가 있다”고 한결같은 표정이다. 대통령의 둘째 아들, 소통령도
했다던가? 영식님으로 불러야 불경죄에 안걸린다던가? 그 분도 보통사람 같으면 교도소를
열두 번도 더 다녀왔어야 할 죄몫들이 날이 새면 새롭게 신문지상을 뒤덮는데도,
“왜들 나만 가지고 그래” 하는 표정뿐 아니라, 억울해 하는 모양이다. 괜히 신문쟁이들
심심풀이 등살에 여론재판에, 안가도 될 곳에 간 희생양인 듯한 모습이다.
누구는 그 곳에 갔다와서도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했다던데….
기왕이면 "국민여러분의 세금으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으로 휴가 잘 다녀
오겠습니다"하면 안돼나?
떡값에 죄 불일 수 없데서, 그냥 그 곳도 안가고 방면된 죄인들이,
대통령 아들 죄 몫(?)이 부족하여 떡값, 세금 포탈죄를 추가하자 이제 더 억울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영광의 33인 (꼭 민족 대표 33인
숫자 같기도 해 아이러니칼하기도 하지만)이 “재수없게, 누구에게 돌을 던져”하는
심정으로 그곳에 가는 정거장까지만 갔다온 게 억울한데, 떡값 세금 포탈죄가 새로
생겨나와 그곳에 가게 되면 어떡하나, 지금부터 억울(?)해 하는 사람도 많겠습니다.
그려. 떡+값은 꼭 현금이어야 되니까. 몇 천만원, 몇 억 먹은 떡값으로 억울해 하지
맙시다.
구두표만한 떡값, 양말 한짝만한 떡값도 평생 못받아 본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에 정말 떡값죄가 새롭게 생긴데도 억울해 하지 맙시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부터 입니다. 너무 큰 죄에 억울해 하는 풍토때문에 억울해 하지 맙시다.
외쳐놓고 이제부터는 이처럼 조그만(?) 죄에도 억울해 하지 맙시다. 이런 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얼마전 신한국당 9룡 중에 한 용이 “검증 안된 후보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 한마디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두 마리 용이 괜히 속까지 뒤집어
보이는 억울함(?)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본지 97.1호에 썼던 “공장관,
배주간, 이국장”의 칼럼 다시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검증이 필요하다는 한 용의
편을 드는 것 아닙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억울해 하시는
두 용께서도 억울해 하지 않았으면 해서 이 글을 씁니다.
몇 억짜리 떡값을 받았던 사람이 떡값 세금 포탈죄가 새로
생긴데 대해 억울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먹물 튀기는 곳에 서 있던 사실마저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정말 억울해 하지 맙시다. 구두표 떡값 한 번 못 받아본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큰떡값 받은 것은 억울한게 아니고 죄가 되는 것임을 압시다.
힘없고, 빽없고, 돈없어 먹물튀긴 옷을 살짝 벗어 남에게 입혀놓아
먹물튀긴 옷입은 사람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사용할 억울함의 단어를 대신 쓰지
맙시다. 조그만 죄에도 부끄러워 할 줄 압시다.
우리나라 사람 누구라도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제발 억울해 하지 맙시다. 총리까지 지냈는데 무슨 검증이 필요하고, 이제와서 지난것
뒤지는 것을 음모라고 억울해 하기 전에.
남들보다 덜 억울한데 지난날까지는 운이 좋아 총리까지도
했었다고 생각합시다.
정말로 억울하게 음모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억울했었다고 찾아
쓸 수 있게 억울해 하지 맙시다. 그나마 조금 덜 억울한 사람들은 정말 억울해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