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공을 차는 대사님


─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귀도 마르티니 대사를
찾아 ─


취재부: 박정아 차장


   젊었을 때 이탈리아 1부 리그 프로축구 선수 출신이며, 작사한
노래가 200만장 레코드가 팔려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예술가, 직업 외교관이면서
만능 엔터테이너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의 귀도 마르티니(Guido Martini)대사를 세계
문명의 발상지, 반도 문명국의 동질감으로 만나 보았다.


   Q: 대사께서 한국에 부임하신 지 3년이 지났습니다. ’94년
내한시 한국의 첫인상과 그간 한국의 어느 지방들을 돌아보셨는지요?


   A: 부임 전 한국에 대한 여러 자료를 보아, 비약적인 산업발전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포공항에서부터 서울시내 진입시 교통 혼잡에
놀랐습니다. 한눈에 자동차 산업 선진국임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지방 관광은
공무가 많아 많은 곳은 돌아보지 못했지만 특히 인상에 남은 곳이 경주방문이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한국이 문화민족임을 느꼈고 오랜 문명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처럼,
세계 문화의 발상지라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Q: 한국과 이탈리아 외교사를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요.


   A: 제가 부임한 1994년이 한.이 수교 110주년 해였습니다.
그 기념으로 이탈리아의 이솔리스티 베네티 실내교향악단의 방한공연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백년이 넘는 역사가 말해주듯 이탈리아는 한국과는 세계 외교사에서 오래된 우호국이며,
지난해말 이탈리아 외무장관 방한시에도 특별히 판문점 방문등의 활동을 펼친 것은
남.북의 국제무대에서 한국만을 외교 파트너로 인정, 지지한다는 이탈리아의 외교
성향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면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마르티니 대사님, 부임후 한.이 관계에서 자랑할 수 있는
업적이 있다면?


   A: 저 말고도 대사의 통상 관심분야는 정치, 외교, 경제, 문화의
모든 분야이겠지만 재임 3년 동안 한.이 통상관계의 획기적 발전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교역발전 만큼 상호투자는 기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제특징이 중소기업 중심이듯, 한·이
간의 상호투자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바라고 싶습니다.


   Q: 이탈리아의 군 편제와 병력 규모에 대해 소개해 주시고,
이탈리아의 방산업계 현황과 군 수요는 몇명인지 말씀해 주십시요.


   A: 우선 이탈리아 군대 사항을 말씀드리려면 정치적 환경을
먼저 말씀드려야겠네요. 독일의 베를린장벽 붕괴와 소련연방의 해체에 따라 유럽의
전반적인 방위전략이 바뀌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탈리아뿐 아니라 나토 회원국 모두가
새로운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구소련연방의 위성국인 동구권 국가들마저도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되는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따른 큰 특징은 우선
병력의 수는 줄이되 군대를 정예화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나토 회원국 중에서도 특별히
이탈리아는 지중해 연안 방위라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중해연안 방위라는
임무 때문에 레바논이나 소말리아, 보스니아 같은 분쟁지역에 이탈리아군을 파견하는
그런 경우입니다. 알바니아사태 해결같은 이탈리아의 주도적 역할은 나토회원국 이외에도
UN회원국으로서의 임무를 띤 경우입니다. 이탈리아 방산업체는 발전되어 있지만 세계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결코 지향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방산업계의 기술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수 있는 분야가 이들 장비의 전자분야 공도제작 노하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무기의 역점 수출국이 아니면서 미국이나, 한국 해군의 함포가 우리
이탈리아 제품인 것은 역설적으로 세계 최고의 제품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탈리아
군 총병력은 30만명 쯤이며 육군이 20만, 해군과 공군이 10만 병력 쯤 됩니다.


   Q: 대사님께서 한국 군인들과 교류는 있으셨는지요?


   A: 여러 군장성 만남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좋은 인상들이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은 해군 제2함대 안재도 제독과 해군 참모총장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인간적인 다정다감함과 지휘관의 품위가 왠지 좋게 보였습니다.


   Q: 한국은 1민족 2국가의 특수상황인데, 임진강을 비롯한 전방시찰
기회는 있으셨는지요?


   A: 판문점은 자주 갑니다. 갈 때마다 느낀 점은 한국이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예요. 한국민에게는 동족끼리 전선을 마주하고 있어서
세계 최정예군을 보유하게는 되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눈엔 민족의 비극으로
비쳐집니다.


   Q: 한국근무중 특별히 가깝게 교류하시는 인사는?


   A: 제가 축구선수 출신이라선지 한국 축구협회 회장인 정몽준
회장과 친히 지냅니다. 그 다음엔 2004년 이탈리아 올림픽과 연계된 업무 때문에
한국올림픽위원장이며 IOC 위원인 김운용 위원,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님과도 각별히
지냅니다.


   Q: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지역적 갈등의 단면을 보셨을 것입니다.
이탈리아도 특정지역 출신들이 집단화된 사례가 있습니까?


   A: 이탈리아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역적인 갈등은 없습니다.
다만 남쪽은 경제적으로 조금 낙후되어 보수적이고, 북쪽에는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이
많아 진보적이라는 성향이 있지만 정치적으로 편중된 지역갈등은 없습니다.


   Q: 세계 문화의 발상지를 반도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와 한국이
지정학적인 반도국가로 문명의 발달이 다른 국가보다 앞서는데 한·이 문화의 동질적인
사항을 대사님 안목으로 느끼신 점은?


   A: 세계문화의 중심지였음은 역사적 사실로서 다시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탈리아와 한국은 오랜 문화국가의 자긍심을 가진 나라와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후손에 잘 보전시켰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갖겠지요. 이탈리아가
세계2차대전을 겪고, 한국이 6.25전쟁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에 경제부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문화국민의 희생정신이 전승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런지요.


   Q: 한국 사람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피아, 가죽제품, 축구 등입니다. 대사님께서 자랑할 수 있는 이탈리아 3대
자랑 거리는?


   A: 3가지는 너무 적습니다. 다섯가지만 자랑할께요. 첫째는
서방 선진7개국이라는 G7 멤버 국가입니다. 두번째는 디자인 왕국입니다. 패션디자인
못지않게 산업디자인이 발달되어 과거에는 한국 유학생도 예술방면이 많았는데 요즘은
디자인 계통의 유학생이 많습니다. 세번째는 세계적 관광자원의 나라입니다.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대관광국으로 매년 170억 달러 정도 관광 수입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네번째가 중소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과는
아주 대조적인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세계적 재벌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중소기업이 가장 성공한 나라로서 자랑할 수 있습니다. 개미군단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나라라고 자랑할 수 있죠. 다섯번째가 음식문화예요. 세계적 권위의 영양학자들이
이탈리안식을 지중해식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하는데 스파게티 등 밀가루와 올리브
기름, 토마토와 케찹, 적포도주를 많이 먹는 식생활이 장수의 비결입니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장수식의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것도 자랑거리지요.
이런 음식문화 때문에 이탈리아에는 고령의 인구가 많으며 개인적으로 저의 조부모님도
90대까지 사셨으며, 85세인 어머님도 건강하시답니다.


   Q: 마르티니 대사님의 취미, 특기, 장기가 있다면?


   A: 공무에 바빠 취미활동 시간이 적습니다. 시간짬엔 정보획득을
위해 독서와 많은 신문을 보는 편입니다. 신문 구독은 정치, 경제면에 치중하는 편입니다.
특기는 이탈리아의 국기라 할 수 있는 축구를 했는데 22살 때는 1부 리그에 프로선수로
뛰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노래 작사가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대표곡은 한국말로
번역하면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곡이 있는데 거의가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한
가사가 많았는데 디스켓이 150만-200만 장이 나간 것도 있습니다. 그런 작사활동
상황을 알게 된 주한 프랑스 대사가 어느 모임에서 노래 작사를 요청하기에 즉석에서
이태리어로 작사하여 불어로 번역해 들러 주었더니 박수갈채를 보내더군요. 공직이
끝나면 본격적인 작사가로나 활동할까 봅니다(웃음).


   Q: 마르티니 대사님께서는 외무부 30년 근무중 대사부임으로는
한국이 두번째인 것으로 압니다. 한국 근무가 끝난 후 특별히 가시고 싶은 나라는?


   A: 특별히 가고 싶은 나라는 없고 현재 근무중인 한국이 좋습니다.
다른데로 꼭히 가란다면 지중해 가까운 곳이면 합니다.


   Q: 이탈리아만의 특별한 국경일이 있는지요?


   A: 한국에 개천절, 제헌절, 광복절이 있듯이 이탈리아에는
매년 6월2일이 헌법의 공화국 선포기념일입니다. 이날은 국민축제일로 재외공관도
이탈리아 교포들은 초청없이도 재외공관에 무상출입을 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국민축제를
엽니다.


   Q: 스포츠맨과 만능예술인으로 대사님의 따뜻한 안목이 우리
한국인을 좋게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바쁜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탈리아의 발전과 기왕이면 좋은 대사님이 우리나라에 오래 오래 부임해 계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A: 여기자님을 만나다 보니 좋은 얘기만 골라 했나 봅니다.
다시 찾아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