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동기생, 싫어하는 동기생
김종화
철없던 학창시절에 만나 공부를 함께 하던 동창생은 언제 만나도 즐겁고 가슴
벅찬 상대이듯이 군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 동기생이다. 이러한 동기생들은
군사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에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젊은 날의 아련한 그리움들을 자아내게 하는데 부담감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동기생 가운데에서도 같은 내무반에서 교육을 받았던 관계이거나 그
춥고 배고팠던 시절에 빵 한조각을 나누어 먹던 동기생일수록 더욱 더 인간적인 정으로
끈끈하게 연계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인원이 많아서 어떤 경우에는 세월이 지나면서 얼굴을 기억조차 하기 어려운
서먹서먹한 동기생도 개중에는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교육받을 당시 다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초급장교 시절에 같은 부대로 전입하여 동기애를
나누었던 사람들과의 우의(友誼)역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듯 군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간부들은 싫든, 좋든간에 동기생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해 나가기 마련이다. 초급장교 시절에는 너쪾나할 것 없이 다 좋게만 보였던
동기생들이 계급이 하나씩 올라가다 보면 친숙했던 그들이 바로 나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고 그러다보니 보이지 않는 갈등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결국은 모든 것이 얽히듯 그들은 제각각이 경쟁자로서 만나게 되며 목표를 가까이에
두고 출발한 앞선 자 일수록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그런 이들이 얽히는 울타리란
뻔한 것들이다. 동문, 동기, 동창, 혈연 그리고 의도적으로 이어지는 인맥들…….
이러한 관계속에서도 마음에 맞는 동기생끼리는 보직도 추천해 주고 내가 아는
상관에게 소개도 해 주지만 평소에 마음이 맞지 않은 동기생들이나 이기심이 많은
동기생들은 자연히 멀어지게 되는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동기생을 구분할
수 있는 스타일은 크게 좋아하는 동기생 집단과 싫어하는 동기생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좋아하는 동기생은 상대방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항상 가까이 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거리낌 없이 전화를 하게되고 자연스럽게 농담도 해 가면서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언제 누구를 만나더라도 반가운 마음을 갖게
되고 돈이 부족하여 된장찌게 한 그릇을 먹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부담감을
떨쳐 버릴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족처럼 말 한마디를 나누더라도 정감있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한 동기생은 설령 자기가 동기생들보다 먼저 진급을 했다하더라도 자기과시(自己誇示)나
자화자찬(自畵自讚을 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진급하지 못한 동기생들에게 미안해
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자기를 낮출 줄 알기 때문에 그 동기생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게 됨은 물론 그 동기생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 동기생이 없는 장소에서도 절대로 그 동기생을 비방하거나 비하시키지
않고 항상 좋은 이야기 만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상대방을
깍아 내려야만 내가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사고는 아주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으로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을 하루빨리 인식하고 좀더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로움을
배워야 한다.
반대로 싫어하는 동기생은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이나 이기적인
주장만을 내세우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잘 성립이 안된다.
그리고 동기생들이 부탁을 하면 마치 자기가 대단히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고 이야기하거나 자기 아니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듯한
말을 앞세우기 때문에 더 이상 부탁하거나 진지한 대화를 나눌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
또, 다른 동기생들보다 운이 좋아서 진급 좀 먼저 했다고 목에 힘이나주고 동기생
중에 내가 최고라는 식의 안하무인(眼下無人)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한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의 경우는 자기와 같이 근무하는 부하들이 마지 못해서 「아주 훌륭하십니다」라는
아부성 발언을 하는데도 그 말이 진실인 양 받아들이는 지극히 한심한 상황에까지
빠져들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동기생들의 모임이나 회합장소에서도
꼭 빠지지 않고 한마디 해야 자신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은 어떠한 상황하에서도 동기생들과의 일에서 자기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문제의 핵심을 흔들어 버리기 때문에 더 이상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지껄이도록 방치해 버리는 경우까지도 발생한다.
그러나 동기생이기 때무에 하는 수 없이 마음에도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차마 제외시켜 버리기엔 너무나 마음이 아파 동기생이란 이름을 붙여 주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따라서 우리는 기회주의자(機會主義者)처럼 자기에게 이익이 생기거나 동기생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만 동기생을 찾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나 몰라라 하는 그러한 동기생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동기생이란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게 이로운 상황이나 그렇지 못한 상황이나를
막론하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항상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게 하나도 없다. 동기생의 모임에 등한시 하면서 기본적으로
동기생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동기생도 있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동기생들과는 자연히
거리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번 동기생은 영원한 동기생이기 때문에 동기생을 위하는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나를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내 동기생을 먼저 치켜 세워줄 줄 아는 진정한 동기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동기생들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더욱더
건전한 동기생들과의 만남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은 잘나가는 동기생 보다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생활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기생을 위해 더많은 노력을 해 나갈 때 그 동기생 조직은 보다
한 차원 높은 인간 관계를 유지하면서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수 있을 것이다.
(軍에서의 건전한 同期愛는 전투력의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중령,
부대내 미담사례를 많이 좀 보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