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문화의 왜곡

군사문화의 왜곡



박경석



원래 문화란 영어의‘Culture'나 독일어의 ‘Kultur'를 번역한 낱말이다. 이 낱말은
라틴어 ‘Cultura'에서 유래하여 17세기부터 유럽에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문화라면 교양있고 세련되었으며 예술적인 것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교양있고 세련된 사람을 문화인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무지막지한 사람을 비문화인이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인간에 의하여 이룩된
모든 것이 그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문화를 갖는 유일한 동물이란 점에서
다른 동물의 종(種)과 구분되며 인간에 의해 이룩된 모든 것에 문화라는 낱말을 붙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치문화, 경제문화, 사회문화, 건축문화, 조각문화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조차 불가능하다. 심지어 화장실문화나 쓰레기 문화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문화의
전제는 발전적이고 인간에게 유익성이 있어야 한다. 즉 화장문화란 옛 더러운 화장실에서
발전하여 새 화장실로의 편리성을 화장문화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 문화 또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인간에게 유익하게 하였을 때 쓰레기
문화라고 붙일 수 있다.


문화라는 낱말은 긍정적인 바탕에서 인간이 이룩한 자랑스러운 업적을 표현하는
것인데도 유독 군사문화란 낱말에 이르러서는 원래의 뜻과 전혀 다른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문화가 퇴폐되었다는 표현으로 쓰이는 퇴폐문화의 범주에까지
왜곡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되어진 경위야 더 설명할 필요없이 5·16 군사쿠데타 부터 시작하여
12·12 군사반란, 5.·17 정란으로 이어지는 군사정부로 말미암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군사문화란 마치 총칼로 정권을 싹쓸이 한다던지 마구잡이로 양민을 잡아들여
두들겨 패는 따위의 난폭함을 일컫는 낱말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일간신문을
비롯한 보도매체에서도 군사문화의 폐해라는 표현으로 군사문화를 왜곡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군사문화를 정의한다면 첫째, 호국정신을 바탕으로한 국가에의 충성이며 절도있고
능률적인 과학적 기능의 조직을 일컫는다. 군사력은 국가의 보위를 위해 유지되는
것으로 국가의 독립을 보장하는 골간이다. 국가의 군사력이 무너지면 그 국가는 멸망하기
때문이다. 군사문화는 또 국가에의 의무수행을 전제로 한 희생정신을 일컫는다. 자기
개인을 희생하여 국가의 목적달성을 성취케 하는 공인(公人)으로서의 길을 걷는 거룩한
뜻이 함축되어 있다. 또한 군사문화는 복종관계의 미덕을 의미한다. 민주국가의 군대라
하여도 군대는 복종관계가 명확하다. 그 복종의 의미는 사사로운 것이 아니고 국가질서의
엄숙한 사명속에서의 복종관계이므로 민주질서와 또다른 측면에서의 특수성을 띤다.


군사문화를 결론으로 정리한다면 국가존립의 필수요소이며 인간생존 유지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즈음의 우리 군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군인을 마치
몹쓸 군사문화의 잔재쯤으로 사시(斜視)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불과 0.01%도
안되는 군사문화를 이탈한 정치군인의 파행으로 말미암아 절대다수의 헌신적인 군인이
국민으로부터 우습게 보여진다면 이는 비극이라기보다 국가존립에 관한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삼각지 전철역에서 국방부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육군소령
계급장을 단 군인이 승강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잠바 양어깨의 소령계급장을
차례로 떼고 군모를 꾸기어 허리춤에 숨기는 것이었다. 단 몇 초만에 육군 소령이
민간인으로 변한 것이다. 필자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가 ‘나는 전역한 군인인데 왜
계급장을 떼고 군모를 숨기느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그는 힐끗 불쾌한 표정을 하면서
‘요새 민간인들이 군인을 싫어하니 그 눈빛을 피하기 위해서'라 했다. 필자는 순간
앞이 캄캄해지면서 뭔가 머리 뒤통수를 내리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직업군인인
육군 소령이라면 초급장교 시절의 어려운 고비를 넘긴 자랑스러운 조국의 고급장교가
아닌가. 오늘날의 국민정서가 이지경까지 마비되었다면 어찌 한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섰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탄식하며 계급장을 떼어버린 딱한 육군 소령과 헤어졌다. 이렇게 되어버린
일차적 책임이 정치군인에 있다면 이차적 책임은 이른바 문민정부라고 하는 현정부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원래 문민(文民)이란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전에도 없는 낱말이다.
정권찬탈의 무지막지한 군대가 아니라 문화가 있는 한단계 위의 민간인이란 뜻에서
사용된 투쟁용어 일께다. 그렇다면 군사정권이 사라진 지금의 민간인 정부라면 굳이
문민을 내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문민을 자꾸 내세우다 보면 호국의 주체인 군을
모독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오늘의 집권층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