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선씨는 현재 진주에서 거주하며 월남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후방부대 장병 정신무장교육을 다니며 틈나는 시간을 이용 자전적 소설을 집필중에
있다. 현재 월간 ‘군사세계' 명예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



허만선


枯 葉



초목이 말라버린 스산한 계절,



찬바람속에 흩날리는 낙엽이라도 주워 먹으려는 염소를 보며 뒤돌아보는 인생길,
나이로 치면야 아직은 한창인 쉰 둘일 뿐인데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추억만 가물댈
뿐, 앞날에의 기대가 없다. 영하의 날씨마냥 무엇이 나를 꽁꽁 얼려버린 황태처럼
만들었는가.



끝이 없는 캄캄한 동굴에 발을 들여놓은지도 어언 이십 년, 만성이 되버린


통증속에 눈물이 마른지도 오래다. 불가능이 없다고, 뿌린대로 거둔다고 말한
자 그 누구이냐!


불가사이한 운명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진 않지만 불가사이한 일들이 일어남을
어쩌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을 얼마나 큰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는가.


하늘의 별들처럼,


바닷가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파멸의 올가미가 씌워버린 사람이 나뿐이랴마는, 오늘따라
서산에 지는 해처럼 비감해지는 것은 쓸쓸하고 추운 계절탓인가. 고관대작 억만장자나,
박복한 나그네나 끝가는 곳은 동일할텐데, 서글퍼하고, 아쉬워하는 미망에서 깨어날
날은 언제이려나.


고엽제에 빼앗긴 전우들의 슬픔을 아는 양 모르는 양, 스산한 겨울바람속에 이리저리
낙엽이 뒹굴고 죽음같은 어둠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