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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평화군축의 방향
  2005-01-05 00:00:00, 조회 : 11,879, 추천 : 2714

남북간 평화군축의 방향


• 10월 28일 경실련 통일협회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1. 서론

냉전시대가 끝나고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다. 한번도 미국내 본토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받지 않았던 미국민들에게 9.11 테러는 그야말로 그들의 적개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보복심리는 결국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유엔의 뜻도 거스르고 이라크를 침공하는 결과로 나타났고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잠재적인 테러집단들을 더욱 더 부추겨서 오늘도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인류의 재앙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안전관리의 실패가 그리고 그에 따른 강대국의 단순한 보복행위가 선량한 세계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주고 또 다시 인류는 폭력의 악순환이라는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9.11 테러이후 미국은 그들의 본토와 세계 각 지역에 퍼져있는 그들의 군대와 그들의 국민들에 대한 위협을 재분석하였고 그들의 기존 안전보장체제에 대한 일대 반성이 일어나 부시 행정부내의 네오콘 (미국내 신보수주의자들을 지칭하는 `neo-conservatives'의 줄임말이다. 네오콘은 60-70년대 베트남전 당시 반전운동과 평화주의에 반기를 든 미국 민주당내 일부 세력이 당을 이탈, 공화당원으로 전향하면서 생겨났다. 이들은 전통적 보수주의자들과 노선이 구별되며 미국이 힘을 바탕으로 불량국가에 대한 선제공격 등 보다 적극적 개입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가 유태계이며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집권당시 세력이 강력해졌다가 냉전종식과 더불어 한때 주도적 지위를 상실했었다. 그러나 9.11 테러를 계기로 그들은 새로운 입지를 회복했으며 현재 미국의 정계와 언론계, 각종 싱크탱크 등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들을 중심으로 소위 GPR 계획(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에 따라 전세계 미군들을 재배치 재편성하고 있다. 이러한 재배치 계획은 미국내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계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군의 새로운 전략변화와 병력 및 무기체계의 재배치가 결국 세계질서의 모양을 변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전략변화에 따라 동북아 주둔 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변경되면서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그에 따라서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간에 잠재적인 세력갈등이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부시 행정부의 친대만 정책에 따라 중국과 타이완 양안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제네바 합의의 실패에 따라 미북간에 전략무기 개발갈등도 심화되어 결국 한반도를 비롯하여 동북아 국가들사이에는 새로운 군비증강의 무드가 형성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반도 주변에는 분명 과거 50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Status Quo)의 전환 (주한 미군은 그동안 동서 냉전시대의 갈등속에서 현상유지를 하기위한 억제력으로서 동북아에 주둔해 왔다. 미국의 현상유지 정책은 6.25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분단과 무력억지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정책이었다. 지난 50여년의 평화는 미국의 현상유지 정책이 성공한 결과였다. 이제 미국이 한반도에서 현상을 전환하려 하고있다. 현상의 전환은 불가피하게 남북은 물론이고 주변국들과의 세력배분 상태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고 역내 국가들의 군비증강을 촉구하게 될 것이다.)이 일어나고 있으며 남북한 공히 국민과 인민들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이러한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남북간 평화군축의 목표나 방향도 이런 미국과 동북아 주변강국들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북한의 변화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국이 계속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혼자 결정하고 혼자 만족하고 혼자 즐거워하는 나르시즘’에 빠져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나 한반도에서의 자유민주주의의 실험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군축은 상대가 있고 환경이 있는 것이며 상대의 현실이나 환경의 변화를 무시하는 것은 마치 씨름선수가 상대도 없이 혼자 원맨쑈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우리는 지나치게 모든 결정이 강대국들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는 비관적 결정론에 빠져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만 보면서 미국과 뜻을 함께 하는데 올인하는 행태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전쟁을 촉진하게된 애치슨 라인의 경험에서 보듯이 미국만 믿고 우리 스스로 한반도내에서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유지할 수 없을 때 6.25 한국전쟁과 같은 민족적 불행은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은 한미 안보동맹의 우산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지만 그 댓가로 우리 군은 독자적인 정보수집능력과 독자적인 위협의 분석, 독자적인 작전수행능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자생력을 상실했다.

북한의 위협은 분명, 핵과 미사일 화생방무기인데 우리는 재래식 무기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북한간에는 비대칭적인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군비투자의 한계효용의 법칙에 따라 효용의 감소와 수확체감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기회비용의 원칙이 무시되고 전력효용이 무시되고 군비투자에 대한 경제원칙이 무시되고 있는 이 현실, 이것은 독자적인 병력의 선택과 독자적인 무기체계 선정능력이 없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우리 스스로 우리 땅과 우리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의지가 있다면 마땅히 최소의 군비투자로 최대의 전력효과를 얻으려는 기본적인 경제원칙이 지켜질 것이다.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국민들의 안보의식과 국가안보에 대한 자주의식이 상실되고 말았다.

지금 우리는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냉정한 이성과 건전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민족의 50년, 100년이 좌우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선택, 시간을 다투는 긴급한 선택들이 우리 사회에 강요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런 선택과 결정을 해낼 수 있는 건전한 풍토를 가지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루빨리 우리가 자가당착주의 나르시즘에서 벗어나고 강대국의 의존근성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위협과 우리의 갈등의 본질을 우리 스스로가 판단하고 우리 스스로 쓸모있는 대안을 개발하고 정책을 수립하여 100년전의 치욕, 50년전의 가슴아픈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말자.


2. 남북한간 군축개념 및 방향의 차이

군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영어를 한국말로 번역해서 필요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한국에서 혹은 북한에서 추가적으로 더 의미를 부여해서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군축과 관련된 영어 용어로는 Arms Reduction, Arms Limitation, Arms Control, Disarmament,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등이다. 그 외 Operational Arms Control과 Structual Arms Control이라는 개념이 있다.

특별히 용어를 설명하게 되는 이유는 북한과 남한이 서로 군축에 대한 개념과 방향을 달리하고 있고 그래서 서로 용어를 달리 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Arms Reduction 의 개념인 군비축소 혹은 무력축감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남한은 Arms Control의 개념인 군비통제라는 용어를 더 잘 쓰고 있다. 물론 이 두가지 용어는 그대로 남한과 북한의 군축의 방법론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군은 남북간에 군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남북간에 신뢰구축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특히 병력이나 무기체계를 줄이거나 일정수로 동결하는 군비축소나 군비제한의 개념보다도 어차피 남북간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단계에서 그 병력이나 무기체계의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Operational Arms Control 즉 운용적 군비통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의도적인 기습공격이나 혹은 오해나 오인, 실수나 불가피한 사고로 인하여 발생될 수 있는 남북간의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군비통제(Arms Control)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Arms Reduction 군축의 의미보다도 광의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군비통제의 개념안에 Arms Reduction 군비축소, Arms Limitations 군비제한, Disarmament 군비해제 등의 개념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군에서 굳이 북한과 달리 군비통제라는 개념과 용어를 애써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군비통제라는 개념안에는 군축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신뢰구축 수단(CBM, Confidence Building Measures)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 남북불가침에 관한 부속합의서에 군비통제 개념 혹은 신뢰구축의 수단과 관련된 조항들을 담고 있다.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계획적이라고 인정되는 무력침공 징후를 발견하였을 경우 즉시 상대측에 경고하고 해명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것이 무력충돌로 확대되지 않도록 필요한 사전대책을 세운다. 제12조 남과 북은 우발적 무력충돌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남측 국방부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 사이에 군사직통전화를 설치·운영한다. 등이 그것이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분단상황하에서의 대북한(對北韓) 혹은 대남한(對南韓) 작전위주의 군비투자와 통일이후의 대주변국 작전위주의 군비투자가 서로 상충되는 문제, 남북한 공히 미래 한반도의 안보차원에서 볼 때, 낭비적인 투자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남한의 경우에 있어서나 북한의 경우에 있어서 대북한 혹은 대남한 소요 무기체계와 대주변국 소요 무기체계는 분명히 다르다. 운영적인 군비통제가 가능할 경우 남북한은 대북, 대남작전에 서로 소모적인 군비를 투자하기 보다 미래 한반도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하여 혹은 대주변국에 대한 억지력을 만들기 위하여 보다 효율적인 군비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군축’이라는 개념은 군비축소(arms reduction)는 물론이고 쌍방간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20세기초부터 세계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발전되어온 개념이다. 반면 ‘군비통제’ 개념은 20세기 후반 이후에 발전된 개념으로 군축이라는 규범적 목적 대신 좀더 현실적인 목표, 즉 냉전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전쟁의 발생을 방지하고 일단 전쟁이 발발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그런 개념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군비통제는 다만 ‘운용적 군비통제’만을 말하는 것으로 또 군축은 ‘구조적 군비통제’ 만을 말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북한은 남한보다 먼저 1954년 제네바 협정이후 계속해서 군축을 주장해 왔다. (종전이후 유엔군 혹은 한미연합군에 비해 무력의 열세에 있었던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이 먼저 군축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설사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군축을 주장했다 하더라도 6.25 한국전쟁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그들의 군축주장이 남한에게 위장평화전술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한때 그들은 그들이 먼저 병력을 10만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었다. 남한은 남북간에 우선 신뢰가 형성되어야 현실적으로 군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한이 선 신뢰구축, 후 군축을 주장하는 이유는 물론 6.25 한국전쟁과 정전이후 계속된 북한의 무력도발, 그리고 북한측에서 남북간에 합의된 약속들을 잘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주한미군 철수와 군축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어찌보면 남북간에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논란이지만 결국 그것이 남북군축의 현주소다.


3. 남북간 평화군축의 현실진단

1948년, 김구 선생이 북한에 가서 김일성과 함께 ‘남북조선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 라는 이름으로 공동성명서를 냈을 때, 거기에 다음과 같은 네개항의 합의가 있다. ① 우리 강토로부터 외국 군대를 즉시 동시에 철거한다. ② 외국 군대 철거이후에 내전이 발생될 수 없음을 서로 확인한다. ③ 임시로 과도정부를 수립하고 나서 일반, 직접, 평등 비밀투표에 의하여 통일 민주정부를 수립한다. ④ 단독선거에 반대한다. 등이다.

①항은 결국 외세의 개입없이 자주적으로 통일정부를 만들자는 것이고 ②항은 남북 상호불가침에 관한 합의이고 ③항은 결국 통일방법에 관한 것인데 지금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고려연방제나 한국이 주장하고 있는 공동체 통일방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결국 북한은 느슨한 연방제를 통해서 통일정부를 세우자는 것이고 한국은 남북연합의 과정을 통해서 통일정부를 세우자는 것인데 김구나 김일성이 합의한 것도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서 통일정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후, 한국전쟁을 치루고 난 뒤 20년뒤에 나온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 그리고 또 20년뒤에 나온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또 이땅에 노벨 평화상까지 만들어낸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 사실 뭐 내용적으로 다른 것이 없다. 비슷비슷한 내용들을 합의하고 안지키고 또 약속하고 무시하고 또 발표하고 또 잊어먹고 그런 반복이었다. 매번 합의할 때마다 뭐 대단한 약속이나 한 것처럼 흥분하고 곧 통일이 될 것처럼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기대를 했는데 결국 하나도 실천되지 못하고 이제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김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표를 특사로 북한에 보내자 한다.

왜 약속이 실천이 안되고 있는가. 왜 합의사항이 지켜질 수가 없는 것인가. 좀 진지하게 우리의 현실과 상황을 분석할 때도 되었다. 분단의 상황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국들에게 어떤 역학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또 남북의 정치가들이 권력유지나 정치상황을 유리하게 하기위하여 분단의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점은 없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한다. 나는 이 문제가 무슨 남한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의 적화전략 때문도 아니고 또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남한 국민들의 정치역량의 미숙때문도 아니고 다음과 같은 몇가지 기본적인 원인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기본적인 원인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합의하느냐에 따라서 남북간 평화군축의 가능성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우선 남북한 공히 이승만, 김일성 정권때부터 시작해서 권력 헤게모니의 갈등과 집권자의 권력유지 욕구때문에 분단의 각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민족이니 평화니 평등이니 자유니 떠들지만, 결국은 기존의 권력들이 혹은 그 권력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독식하려고 하기 때문에 서로 만나 합의할 때는 민족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해서 이상적으로 합의를 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권력의 현실로 돌아가기 때문에 약속이 안 지켜지고 합의가 이행되기 어려웠다고 본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서 합의를 해나가는 것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남북간에 실천가능한 약속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둘째, 남북간의 군축문제가 동북아 국가들간의 군축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남한도 북한도 통일 이후의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적어도 중국과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견제세력으로서의 적정군사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와 같은 영세중립국의 방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영세중립국이 우리가 하고 싶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에서도 자국을 방어하기 위하여 엄청난 군비가 투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 한국이 주변강국들의 전력증강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적정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그래서 남북간 평화군축의 문제도 통일 한국의 군사력의 규모와 방향에 대한 남북간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셋째, 강대국만이 핵과 미사일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특권에 대한 분명한 보상이 있어야 북한으로서는 논리적으로 그러한 전략무기에 대한 군축의 과정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핵과 미사일만이 북측의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유일한 협상카드이기 때문에 아무리 제네바 합의와 같은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체제붕괴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한, 그들의 마지막 보루인 전략무기를 포기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죽어라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이 체제안정에 성공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북한은 전략무기의 협상 효용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체제에 대한 확고한 보장이 없는 한 군축협상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넷째, 남한에서의 군축장애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실 한국은 미국의 그늘에 있으면서 70,80년대에 한국전쟁에 대한 강한 불신과 국내 헤게모니 쟁탈전 때문에 북한에 비해 평화군축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이제 90년대 이후, 우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재래식 전력면에서 북한의 군사력을 능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무기 위협을 무시하고 군축에 나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 시점에서 남북간의 군사비 지출 수준은 대체로 6:4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 격차는 앞으로 더욱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 가능한 한 군비경쟁을 지속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북한이 전략무기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결정적인 신뢰를 보여주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북한에 앞서서 군축의 과정에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섯째,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주변강국들의 대한반도 정책 및 전략도 남북한의 평화군축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관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무력의 방법이 되었건 협상의 방법이 되었건 북한의 전략무기를 통제하기 위하여 한반도에서의 전력우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주변강국들도 남북 대결체제의 유지 혹은 붕괴가 그들의 전략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복잡한 계산들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대체적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에 대해서 군축지향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한미동맹의 틀안에서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며 한국이 미국의 정책 및 군사전략의 틀안에 있는 한, 남북간 평화군축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섯째, 남북간 평화군축의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현실은 남북한 국민들의 대결구조와 동서 냉전구도의 망령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후 선군주의정책으로 군이 국가보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를 주도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장군님을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어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공산화 통일을 기필코 이룩하겠다는 북한 인민군들에게 평화군축이나 두개의 조선을 허용하는 일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보수세력들의 냉전구조 의식도 군축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현실이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불안감 그리고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종전이후 발생된 북한의 수많은 도발들로 인한 강한 불신감이 남북간의 군축대화를 진전시키는데 현실적인 장애요소들이다.


4. 미소간의 군축경험 - 생략

5. 유럽에서의 평화군축 - 생략

6. 동북아 주변국과 남북간 군축의 문제

제 2차세계 대전이 끝나고 동북아 국가들은 서로간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지 못한 채, 다시 동서 냉전구도의 집단안보체제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냉전체제 해체이후 각국간에 2차세계 대전의 후유증과 일본 식민통치의 후유증, 냉전의 후유증 (엄밀히 말해서 필자는 한국의 입장에서 냉전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 냉전(The Cold War)이라고 하는 것은 열전과 비교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쟁이라는 뜻인데 한국은 냉전 기간동안에 6.25 전쟁이라는 엄청난 열전을 치렀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냉전의 후유증’이라기보다 ‘열전의 후유증’이 있다고 봐야 옳다. 냉전의 후유증과 열전의 후유증은 그 증상부터가 다른 것이다. 남북간의 강한 불신과 증오감은 열전의 후유증에서 온 것이다.)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중층구조의 문제를 갖고 있다. 동북아 국가들이 냉전해체 이후 아직도 유럽의 국가들과 달리 오직 미국을 매개로 한 기형적인 협조체계와 간접적인 연결망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복합적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복합적인 후유증을 극복하고 동북아 각국들이 서로 관련국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횡적으로 협력하는 Win-Win 협조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때까지 동북아에는 아직 여러가지 분쟁의 잠재성을 배태하고 있다.

냉전체제 해체이후 지난 십수년사이에 유럽과 미주지역에서는 경제적인 통합이 이루어지고 군관련 분야에서 획기적인 협조체제가 발전되고 있는데 동북아에서는 아직도 그 강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횡적인 혹은 다자적인 군사협조기구가 생겨나지 못하고 수퍼파워 미국의 전략변화와 무기체계 재배치에 따라 각국간에 잠재적인 군비경쟁이 촉발되고 있다. 동북아에 새로운 군사협조체제가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이전에는 각국의 군비증강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군축도 이런 동북아 국가들의 군비증강 추세와 그에 따른 안보질서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미래 한반도의 위협을 제거하고 대주변국에 대한 최소한의 억지력 차원에서 정상적인 국가로서 정상적인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군축의 방향과 규모를 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 일본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하여 미국의 MD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영국이 유럽에서 미국을 대신하여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일본이 아시아에서 담당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은 이제 국제분쟁지역에 자위대 군사력을 파견하고 있고 평화헌법의 의미를 수정하는 유사법과 주변사태법을 통과시켰다. 한국과 중국은 과거 식민통치의 기억으로 미국의 지원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의 국방비는 약 5조엔 정도로 우리 국방비의 3배 가까이 된다. 그 예산에는 연구개발비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방산개발비를 민간에 포함시켜 계산하고 있는데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일본의 국방비는 아마도 우리의 4-5배 정도는 될 것이다. 일본 자위대는 우리 군이 이제 겨우 도입계획을 세우고 있는 조기경보기 E-3 기종을 4대, E-2C 기종을 13대나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없는 이지스함도 4척이나 가지고 있다.

8월 21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만나 유엔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협조했다. 일본 지도자들의 대부분은 일본의 안전과 번영이 일본 스스로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한 국제관계속에서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들은 그런 전제하에서 필요한 만큼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평화유지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그들의 군사력을 투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실험은 일본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안전이 취약하다는 결론을 유도하도록 부채질하였다. 일본은 북한의 노동, 대포동 미사일의 운용목적이 일본과 일본역내 미군기지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그런 미사일이 약 100여기가 전진배치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8월 22일 일본 동경에서 한국의 21세기군사연구소와 일본의 Defense Research Center (일본의 경단련이 후원하는 민간차원의 군사연구소로 일본의 예비역 장군들과 군사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사단법인 21세기군사연구소와 공동으로 서울과 동경에서 교대로 매년 한일안보학술포럼을 개최하고 있다.)가 공동주최한 포럼에서 일본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개발의 목적이 한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일본을 타겟으로 하고 있으며 북한 미사일이 장차 일본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포럼에서 다까야마 일본 예비역 장군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일본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그 문제와 관련해서 한일간 군사전문가들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일본은 자국의 보호뿐만 아니라 지역의 안정을 위한 자국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하여 미·일간 동맹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이며 신방위협력 지침에 따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까지 일본 군사력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게 될 것이다.

장차 남사군도 영유권 주장과 양안문제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수출과 인권문제에까지도 그들의 영역을 확대하여 중국을 견제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이것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지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미일간의 새로운 안보협조체제의 강화는 일본이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을 견제해 주면서 비용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이며 일본은 이를 기회로 자국의 군사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가시화될수록 일본의 군사력 확대가 더욱 현실화 될 것이며, 결국 그것은 한국의 안보이익과 맞물려 있다. 한·일 안보포럼에 참석한 일본의 예비역 장군들에게 북한의 핵보유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물었을 때 그들 대부분은 일본도 당연히 핵병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중국

중국은 냉전체체 이후 천안문 사태와 같은 체제위협의 위기가 있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가운데 엄청난 잠재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12억 중국의 잠재력은 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親대만 정책을 구사해 왔는데 이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첨단무기를 공급하였고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 중국을 가장 잠재력이 큰 경쟁국가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등소평이후 실용주의 노선 (1960년대 후반 모택동의 문화혁명기에 중국의 무수한 인민(대개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됨)들이 반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홍위병들에 의하여 죽음을 당했다. 이때 등소평도 유배를 당했는데 모택동이 죽고 난 뒤 등소평이 나와 문화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이념보다 실리를 앞세우는 실용주의 노선이 등장한다.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만 잡으면 된다는 이른바 ‘흑묘백묘론’에 따른 이 실용주의 노선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정책적 토대가 되었다.)에 따라 1국가 2체제를 인정하고 상호존중의 원칙을 준수하는 나라라면 어떤 나라와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6자회담이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하여 중국이 자주 표방하고 있는 ‘구동존이(求同存異) (구동존이 求同存異란 중국의 주은래(周恩來) 총리가 한 말로, ‘이견은 일단 미뤄두고 의견을 같이하는 분야부터 협력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이다.) 논리도 등소평의 실용주의 노선이 그대로 강택민과 후진타오에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현실적으로 대테러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가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대만이 독립의지를 강하게 밀고 나갈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상황에서 양안관계로 인해 미·중간에 중대한 갈등요인이 발생될 경우 양국관계가 어떻게 돌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21세기군사연구소와 중국의 국제우호련락회 (중국 외교부 산하의 국제우호 민간단체, 국제우호연락회 내 평화발전연구소와 한국의 사단법인 21세기군사연구소가 매년 공동으로 서울과 베이징에서 교대로 한중안보학술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국제우호연락회(회장 전 외교부장 황화)는 중국의 외교부가 개방체제 국가들의 민간단체들과 연결하는 공식적인 창구이다.) 가 매년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는 한중 안보학술 포럼에서 필자는 중국이 양안관계와 관련하여 미국에 대하여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어떤 군사학자는 미국의 영향이 아니었다면 중국과 대만은 벌써 통일이 되었을 것이라고 미국을 비난하였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서방국가들과 적극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 미일동맹의 세력을 견제하고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군사력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다. 러시아

냉전체제 해체이후 유럽에서는 경제통합이 이루어지고 CSCE(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와 같은 안보협력기구들이 발전하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연방국가들은 엄청난 사회질서의 혼란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러시아는 탈냉전 초기의 서구 편중외교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서방 외교와 동방 외교의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북방 삼각관계(북,중,러)’의 복원과 한반도 등거리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대한 전통적인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재확보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외교정책이다. 현재까지 러시아의 동아시아 정책은 아주 적은 규모로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 성장률의 증가, 무역흑자 규모의 확대, 과학기술과 군사력 현대화 등으로 강대국 러시아의 위치가 다시 확보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그들의 전통적인 동방정책이 새로운 형태로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란의 핵개발계획에 러시아의 기술이전 및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 북한과 모두 9·11 사태이전과 못지않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들은 동북아의 안보질서를 위해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안정을 그 핵심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따른 양안의 긴장고조, 남중국해의 도서분쟁, 일본과의 도서영유권 공방,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미.일간의 MD체제 등을 주요 위협요인으로 보고 있다. 북핵문제가 대두되면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외교공세는 적극성을 띠고 있으며 남북한을 오가며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안보논의에 한 역할을 담당하고자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

부시행정부에 들어와서 MD정책이 강화되면서 미·러관계가 냉각되고 오히려 중·러간에 더욱 가까워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는 중·러간 상하이협력기구하에서 미국 주도의 초단극 질서에 반대하면서 아울러 9·11 테러사태이후 자신들도 무차별 테러의 위협에 예외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북핵문제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 지도자들과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북핵문제를 통하여 동북아에서 외교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극동에서 세차례나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였고 지난 6월 말에는 규모면에서 볼 때 소련 해체 이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동원 2004’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라. 동북아의 군축과 남북한 군축

동북아 국가들간에는 아직 현상유지(status quo)에 대한 합의가 없다. 남북한과 중국/타이완은 서로 양쪽의 정체(政體)와 영토점유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러일간의 북방 영토문제, 중ּ일간의 조어도(釣魚島) 문제 등 과거 영토문제에 대해서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경우, 서방 국가들이나 동유럽 국가들이 각국의 영토와 정체 등의 현상을 상호간에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아직까지 영토문제나 정체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못한 동북아 지역에서 유럽과 같은 평화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양자간 혹은 다자간 군사협조체제 형성은 쉽지않은 일이다. 우선 공동 안보협력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를 정하는 것 그 자체부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수퍼파워 미국과의 간접적인 안보협력체제를 통하여 동북아의 평화와 군축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체제가 형성되면서 특히 6.25 한국전쟁을 치루면서 동북아시아에는 남방삼각구도, 북방삼각구도의 맹주인 미국과 소연방에 안보의 권한과 책임이 맡겨져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서로간에 군사적인 갈등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영내 국가들간의 영토분쟁이나 식민통치에 기인된 민족감정에 의한 갈등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역내 미소의 갈등, 남북한의 갈등이나 양안의 갈등처럼 냉전구도의 갈등에 묻혀져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냉전구도가 해체되면서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한 분단이 단순한 영토분단의 갈등으로 변질되고 잠재되어 있었던 역내 국가들간의 영토 및 외교갈등도 표면으로 드러나 유럽에서와 같은 군축과정이나 군사협조체제가 동북아에서 발전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남북간 군축의 문제도 필연적으로 동북아 국가들의 군축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동북아 국가들의 군축과정의 진전에 따라 남북간 군축의 방향이나 범위가 조정되어야 한다.

동북아 지역에는 한반도와 양안간 분쟁발생 가능성을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 중국 위협론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 북방도서 영토문제를 둘러싼 러일간의 갈등 등 구조적으로 심각한 위협요인들이 잠재하고 있다. 동북아의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는 남북한 전력의 합이나 앞으로 남북한이 갖게될 전력이 통일이후 대주변국 억제전력으로서 적정한 수준인가 하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 대북위주의 안보에서 대주변국 전방위 안보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연구가 남북간의 갈등완화는 물론이고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적정군사력 유지의 정책적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주변국에 대하여 비교적 적은 위협의 존재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동북아의 평화군축을 위한 군사협조기구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 동북아 지역은 전세계에서 자체적인 지역안보 협력기구를 갖고 있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다. 필자는 그런 차원에서 중국의 국제우호연락회와 일본의 Defense Research Center와 함께 연례적으로 안보학술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조만간 러시아와도 민간차원의 군사연구소와 연례 안보학술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7. 남북간 평화군축 가능성

남북간 군축논의의 과정에서 언제나 기본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신뢰문제이다. 남한은 먼저 신뢰조성이 되어야 군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고 북한은 군축이 되어야 신뢰구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6.15 선언이후 남북간에 정치적인 신뢰구축이 형성된 것으로 이야기하지만 김정일의 답방도 약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정치적인 신뢰가 양국 군부사이의 군사적인 신뢰로 이어지기까지에는 또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필자는 남북 당국이 더 이상 신뢰문제에 대하여 떠넘기기식 비난경쟁을 중지해 주기 바란다. 신뢰라고 하는 것은 말이나 약속이 아니라 신뢰를 보여주는 자잘한 행동들의 조합으로 가능한 것이지 그렇게 서로 규범적인 입씨름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남북한간에 서로 기만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도 군축을 보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우리가 국제 상거래를 하면서 물건을 먼저 보내거나 돈을 먼저 받거나 어차피 양자사이에는 불신구조가 존재한다. 그 불신구조를 해결하고 담보해주는 방법이 바로 은행의 신용장(L/C)이다. L/C 는 불신구조를 신뢰구조로 전환시켜주는 수단이다. 은행의 L/C와 같이 남북간 군축의 불신구조를 해결하고 담보해 줄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남한과 북한의 각각 친한 강대국들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유엔의 기관들을 통하여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중립국단을 구성하여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또 남한과 북한의 국민들이나 국내외 시민단체, 민족단체들을 통하여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필요하다면 L/C와 같이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은행에 일정액의 돈을 넣어두고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약속의 종류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피해비용이 지불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남북한이 서로 근본적으로 믿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남북한간의 평화군축이 가능할 것인가.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남북한간에 미래 통일한국의 위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의외로 군축의 방향이나 범위가 문제일 뿐, 군축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만일 남북한의 평화전문가, 군사전문가들이 경직된 틀속에서 벗어나 좀더 탄력적인 공간에서 남북한 군축의 의미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군축의 방향과 범위를 제대로 정한다면 남북한 평화군축은 가능한 일이다. 정해진 목표와 범위내에서 군축의 단계와 절차를 세분화 해놓고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연구한다면 충분히 양쪽의 최고 의사결정자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효율적이고도 쓸모있는 평화군축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3장에서 남북간 군축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양쪽의 체제와 권력자들의 위치를 확고하게 보장해 주고 주변강국들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남북간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양 국민들의 적대감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양쪽의 체제와 권력자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어떤 군축의 과정에서도 단 한발짝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군축과정은 양쪽의 체제와 권력자들의 위치를 절대로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체제와 권력은 그 발생이 근본적으로 집단의 이익이나 목적실현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체제와 권력을 비난하고 맞서기보다 그것을 보장해주는 가운데 개인이나 파당의 이익을 위하여 오용되고 있는 역기능을 치유하여 그 기능을 슬기롭게 복원시켜 주면 되는 것이다. (주석: 예수님은 현체제와 권력이 잘못 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따르라고 했다. 간디도 체제와 권력에 대한 무저항주의를 역설했다. 필자는 그러한 예수님이나 간디의 지혜의 내면에 체제와 권력의 악기능을 보상할 수 있는 순기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간 현실의 ‘체제와 권력’이 이상적인 것일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에 기존의 체제와 권력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체제와 권력으로 대체하는 비용보다 그 기능을 복원시켜주는 사회비용이 더 적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정해놓고 붕괴되어야 할 체제라고 확정해서 보는 그런 발상으로는 결코 북한의 무장을 해제시킬 수 없다. 무력에 의한 북한체제의 강제해산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지정학적 이익이 엇갈려 있는 동북아 강국들의 이익갈등을 조장하게 되고 결국은 세계평화를 깨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남북간에 양 체제에 대한 선악의 개념을 방법론의 차이로 전환시켜야 한다. 인류가 ‘제로섬의 게임’에서 ‘윈윈게임’으로 진보한 것은 경쟁자를 선악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방법론의 차이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간 체제경쟁이야말로 분명 선악의 개념이 아니라 인류가 한세기에 걸쳐서 아니 아직 21세기에 와서도 실험하고 있는 방법론의 차이이다. 왜 우리 외교라인에서 우리의 동맹인 미국과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는 것일까. 북한이 비대칭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보상해줄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 우리 외교라인은 미국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체제는 국민들의 지지에 의해서 지켜지고 허물어지는 것이지 무력에 의해서 지켜지고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독이 허물어진 것은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고 서독과의 꾸준한 통신, 통행, 통상의 결과로 동독 국민들의 동독 체제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허물어지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지지도에 따른 것이지 미국이나 한국의 무력에 의한 것이 결코 아니다. 답은 명확하다. 통신, 통행, 통상을 꾸준히 하면서 개방체제의 장점과 포용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를 이기기 위하여 우선 남한에서 먼저 북한의 체제와 권력의 현실을 이제 과감하게 선언적으로 인정할 것을 바란다.

필자가 생각할 때,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가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이 남북간의 체제경쟁을 흑백논리나 선악의 개념으로 보지않고 방법론의 차이로 본다고 해서 남한내에 북한 동조세력이 늘어나거나 한반도에 전쟁위협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당연히 이땅에 평화를 원하고 있고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한반도에 평화를 더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깨닫게 될 때 포용체제에 대한 지지도는 더욱 높아지면 높아졌지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포용력이야말로 정말로 우리가 북한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바탕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개방사회의 장점이고 민주주의 사회의 장점이다.

남북한 군축과정의 현실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군비통제나 군비감축, 군비제한과 같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남북간의 군사 경쟁체제를 군사 협조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적어도 양쪽의 체제를 위협하는 그런 군축과정은 전술한 바와 같이 더 이상 의미도 실효성도 없다. 남북간에 서로 체제와 권력을 인정하고 상호 군사발전을 위하여 경쟁체제에서 협조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 군비통제의 방법이다. 우선 민간차원에서 혹은 학술적인 차원에서 남북한간의 군사교류를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예를 들어 우리의 민간 군사전문가가 북한에 가서 북한의 전술이나 교리의 발전을 위하여 조언을 해주고 또 북한의 군사전문가를 남한에 초청하여 우리의 전술교리들에 대하여 조언을 받는 것이다.

우리의 민간 군사전문가가 북한으로 가서 북한의 전술, 교리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조언을 해주겠다는데 북한이 마다할 리 없으며 북한의 군사 전문가를 초청하여 우리가 그들의 조언을 받겠다는데 북한이 그 제안을 마다할 것인가. 남북의 군사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한반도의 평화와 장차 통일한국의 안보문제를 논의하자는데 서로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차차 군사교류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 가서는 이미 합의해 놓은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하여 현역장교들이 상호간의 군사훈련을 참관하게 되고 남북의 군사교육기관에서 서로 학생들을 교환하여 통일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안되는 군축을 억지로 하기보다 양체체가 원하는 대로 그 흐름을 타서 그렇게 단계적으로 군사협조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면 군축의 진정한 목표인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남북간의 군사경쟁 레짐을 군사협조 레짐으로 전환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가칭 ‘남북 안보학술 포럼’을 제안한다.

북한에 안보관련 민간단체가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다. 설사 북한의 형식적인 민간단체가 공식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은 우리 민간단체와 더 편하게 그리고 우리도 북한의 단체와 편하게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부담감없이 어떤 동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포럼에서는 남북한이 공히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전략에 대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의 생존, 번영, 남북한 국민들이나 인민들을 위한 평화보장과 복지증진과 같은 것들이다. 필자는 남북한 평화전문가, 군사전문가들이 남북한의 공동목표를 명확히 인식하고 전략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 남북간의 전술적 차이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술적인 혹은 정책적인 방법이 다를 수 있음을 서로 이해하고 다만 전술적인 수단이 전략적인 목표를 저해하는 것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함께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의 정체(政體)가 혹은 양국의 군대가 남북 공동의 목표인 한반도의 평화와 복지, 번영을 위하여 재정비되고 서로 보완된다면 남북간 평화군축은 일단계 완성되는 것이다.

남북간 전술적 차이나 방법론의 차이는 무엇인가. 북한은 공산주의요, 남한은 시장경제이다. 공산주의와 시장경제는 한민족의 번영과 복지를 위하여 두개의 다른 훌륭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것은 그야말로 전술적인 차이일 뿐이다. 공산주의와 시장경제가 남북한의 공동전략인 평화와 복지를 어떻게 촉진시키고 어떻게 저해하고 있는가를 포럼에서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일방의 주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복지/번영을 깨는 것이 명확한데도 그 일방이 그것을 고집한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되는 것이다. 남한은 물론 그 사실과 정황을 언론에 공개할 것이고 과연 북한이 북한 인민들에게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다. 어차피 한반도의 문제는 의식있는 한반도의 시민들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고 정보사회에서 정보를 가진 쪽과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쪽과의 승부는 명확한 일이다.
공동의 목표보다는 한쪽이 전술적인 승리에서 얻어지는 파당의 이익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그냥 그 상황을 관망하면 되는 것이다. 포럼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어떤 동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남북한의 공식 당국자가 그것에 대하여 책임을 질 필요도 없는 것이고 다만 그들이 공식적인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정보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차라리 그것이 공식적인 채널에서 약속을 하고 약속을 안지키고 합의를 하고 또 합의를 깨는 그런 어리석은 반복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민간차원의 가칭 ‘남북 안보학술포럼’에서는 남북의 군사문제와 한반도의 평화/안보문제에 대하여 좀더 편안하게 진지하게 정직하게 광범위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토론의 자리에서 남북의 평화전문가/군사전문가들은 훨씬 다양한 방식의 군축방법과 군축절차 그리고 한반도 평화/안보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양쪽의 공식 당국자들은 요새말로 그 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먹으면 된다. 그중에는 가끔 남북 당국간의 선호(選好)가 일치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빙고!’ 군축은 시작되는 것이고 남북간의 평화군축은 가능할 것이다.


8. 결론

필자는 지금까지 남북간 평화군축의 현실적인 문제들과 방향 및 범위의 조정문제, 그리고 평화군축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남북간에 그런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북간에 ‘종전협정(終戰協定)’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사이에 많은 대화와 교류를 했지만, 정작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양 체제가 어떤 정리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독립국이라면 미국이나 유엔군의 틀에서 벗어나 양체제사이에 한국전쟁에 대한 어떤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은 한국이 정전(停戰)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북한이 처음에 미국에 전쟁을 걸었단 말인가. 유엔군에게 전쟁을 걸었단 말인가. 그것은 미국의 문제도 아니고 유엔의 문제도 아니고 남북의 문제다. 남북간 ‘종전협정’이라는 요식행위의 의미는 역사적으로 매우 큰 의미이고, 실천적으로도 남북간에 유용성있는 절차가 될 것이다. 남북간 ‘종전협정’을 통하여 그동안의 전쟁당사자 혹은 휴전당사자의 왜곡현상에서 벗어나 남북이 서로 실질적인 파트너가 되어 한반도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한반도 주변의 새로운 위협에 대하여 공동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언적으로 남과 북사이에 전쟁을 끝내고 상호간에 체제보장에 대한 합의를 한 뒤, 당분간 2국가 2체제로 가다가 남북간에 신뢰를 형성하면서 1국가 2체제의 과정을 거쳐서 1민족 1국가 1체제로 가는 것이 통일한국의 단계이다. 필자는 현 단계에서는 철저하게 1민족 2국가 2체제를 주장하고 싶다. 일단 2국가 2체제로서 서로가 쓸모있는 동족국가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연합이건 느슨한 연방제건 그것은 양쪽에서 효용성을 느낄 때 하는 것이지 그것을 의도적으로 기획적으로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다. 만약에 남북간에 다른 나라사이의 무역협정과 다른 무역관리를 할 필요성이 있으면 그런 무역관리기구를 만들면 된다. 만약에 남북간에 외교적으로 공동대응할 필요가 생기면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공동외교기구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남북간에 국제 체육행사에 공동으로 출전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여 공동팀을 구성하여 출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연평도 해전에서 남북의 어부들이 고기를 잡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는가. 만약에 양국의 정부나 군사당국이 그 중요성을 깨닫고 남북의 어부들이 함께 어로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 주고 그 관리를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면 바로 그런 기구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공동외교기구, 공동군사기구가 통합된 공동정부를 구성하여 1국가 2체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실용적인 가치가 없다면 아무리 이상적인 기구나 체제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저 유명무실하게 되고 사회적 낭비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경실련의 강의요청을 받고 짧은 시간에 남북간 군축과 관련된 여러 가지 변수들과 환경요소들을 살펴보았지만,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남북간의 군축은 반드시 한반도의 평화보장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분명 남북 상호간의 위협뿐만 아니라 주변국들로부터의 잠재적인 위협과 함께 국가체제를 벗어나 있는 테러라는 신종위협이 있다. 남북간 평화군축의 과정은 반드시 이런 위협들을 고려한 것이어야 옳다. 그래서 필자는 평화군축의 논의과정에서 개념적 오류를 범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전략적인 것과 전술적인 것들을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우리 민족의 전략적 이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올바르게 헤아리고 비록 남북간에 전술적 방법론은 다르다 하더라도 북한과 전략적인 목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한반도의 전략적 이익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고 그저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국, 관련국들의 국가목표 및 그들의 전략적 이익과 슬기롭게 절충을 하고 조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북한과 또 주변강국들과의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방법론 (남북간에 같은 것은 ‘평화추구’이고 다른 것은 ‘체제추구’이다. ‘다른 것-체제,이념,가치’에 대한 것은 일단 미뤄두고 ‘같은 것-평화,복지,번영’에 대한 것을 추구하자는 것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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