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문서 ::KRIMA:::21세기군사연구소-월간KDR
:::KRIMA:::::21세기군사연구소
무제 문서

공지사항

웹사이트개편작업중입니다..
 

Update News..

[사이트] 새로운메뉴가 추가됩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인터뷰, 리뷰, 기고문,행사안내 등의 컨텐츠가 신설된 메뉴를 통해 제공될 예정입니다.
김진욱의 눈
 백년전우 김진욱 편
 사회복무제도의 효율적 운영방안
 제5회 한-중 안보포럼
 Join Us ..

 

 



 로그인

한반도 전략적 가치와 동북아 균형자 역할 가능성
  2005-08-08 10:15:54, 조회 : 15,540, 추천 : 2001


한반도 전략적 가치와 동북아 균형자 역할 가능성

김진욱 (21세기군사연구소장, military@military.co.kr)


월간 군사세계(KDR)에 이번 달 미 국방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오공단 박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오공단 박사는 웬만한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이 다 잘 알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군사전문가이며 미 국방성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글로부터 평소에 내가 비판적으로 생각해 왔던 한반도의 가치와 운명에 대한 미국식 교육의 영향, 미국 이익적 사고에 대하여 읽게 되어 이번 기회에 그와 관련된 나의 소신을 밝히고자 한다.  



과거 청나라에서의 영국의 이권 승인과 러시아 남하정책에 강력 대항해온 영국을 위해 조선에서 러시아 남하를 막고 조선의 이권을 차지하려 했던 일본 사이에 맺어진 1902년의 제1차 영·일동맹, 일본이 필리핀에서 미국의 점령을 인정하는 대신 미국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했던 1905년 7월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영국의 인도 점령과 일본의 대한제국 점령을 상호 인정한 1905년 8월의 제2차 영·일동맹, 러일전쟁의 승리로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묵인받은 1905년 9월의 포츠머드 조약 등 한국에게는 한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 땅이 재단(裁斷)되는 뼈아픈 교훈이 있었다. 특히 1945년 해방이후의 분단이나 1950년 한국전쟁이야말로 태생적으로 한국의 내부적인 문제라기보다 동서 냉전의 국제적 경쟁구도와 국제 프롤레타리아의 폭력성이 만들어낸 비극이었으며 결국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이 전개되고 민족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역사의 수레바퀴에 피동적으로 끌려만 갈 것인가. 우리에게 힘이 있건 없건 그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객관적인 현실이지만, 역사의 수레바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민족적 의지 자체가 꺽인다면 그것은 희망이 없다. 미국이 한국을 영원히 지켜줄 리 없으며 이제 우리가 어떻게든 있는 자원, 없는 자원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교환을 위한 제물이 아니라 이익흥정의 테이블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주체국가가 되어야 한다.

동북아 균형자론의 등장

근대사를 통하여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여러 차례 피해를 입어왔던 한국은 어떻게 하면 주변 강대국들을 잘 조정하여 이 땅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염원을 가져왔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으로서 앞장서서 주변 강대국들의 갈등을 조정해 주고 세력균형을 통해서 지역내에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욕구라 하겠다. 특히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한국이 자의건, 타의건 어느 일방에 영속(永屬)되어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약소국으로서 불가피한 일이긴 하지만 자주국으로서의 체면은 아니다.

그런 분위기와 함께 9·11 테러이후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100년전의 피동적인 역사적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동북아 균형자론이 나왔다고 본다. 한국이 이렇게 균형자의 역할을 추구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주변국과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지역안보협력에 증진함으로써 동북아 인접국간 공동번영의 협력적 질서를 창출하는데 한국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찬반의견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하여 찬반의견이 명확히 갈라져 있다. 대개 세 범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개념상의 혼란에서 비롯되는 찬반논란이고 둘째는 한국이 과연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느냐에 대한 찬반논란이고 셋째는 동북아 균형자론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의 찬반논란이다.  

노 대통령의 균형자론이라고 하는 것은 전통적인 균형자와 같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과 같은 하드파워(hard power)보다는 국제여론이나 도덕적 정당성, 경제력, 기술력, 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바탕으로 하는 균형기능이라는 점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의 용어나 개념상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동북아 균형자론이라는 총론이 불쑥 나오고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견강부회식의 각론이 작위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한국에게 있는, 한국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리고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하드파워적인 요소들을 놓치기도 하고 소프트파워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개념정리가 안된 채 소모적인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한국의 경제성장이나 민주주의의 발전이 여타 다른 개발도상국가들보다 괄목할 만큼 앞장 서 있다는 것은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한국의 입김이 다른 개발도상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자부심은 한국이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의 현실을 극복하고 피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외교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본다.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평화세력으로서의 도덕적 정당성과 지정학적 지렛대를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본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적 상황이 바뀌었다는 전제하에 주변 강대국들을 저울질할 수 있는 새로운 지렛대를 개발해 보는 것이다.

균형자로서 한국이 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무엇인가? 위반국가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응징의 방법이 있는가?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한국이 균형자로서 관련국가를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하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몇 가지 예를 들어 형상화를 시도해 보겠다.  

균형자론과 한미동맹과의 충돌 가능성

우선 균형자론이 국익에 배치된다는 논란의 핵심은 한미동맹과의 충돌 가능성때문이다. 동북아균형론은 미국과의 관계 결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은 한미동맹을 벗어나 독자적인 균형을 이루기에는 아직 국력이 못 미치며, 결국 한미동맹을 금가게 하는 모험이라는 것이다. 동북아 균형론이 과연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줄 것인가.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50년 이상된 동맹으로서, 미국이 신봉하는 민주주의와 가장 접근한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갖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기본토대이며, 그런 가운데서 한·미 양국은 동맹관계를 더욱 건강하고 공고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역내 국가간의 신뢰 구축 및 확대 노력을 전개, 갈등과 대립을 화해와 협력으로 변경시켜 동북아 평화번영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만일 한국의 균형자적 역할이 미국과 동일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자유확산 정책에 기여하게 된다면 미국과 갈등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중국도 개방정책의 바탕위에서 실용주의와 이른바 중국식 시장경제발전을 국가정책의 최우선으로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차원에서 볼 때 갈등의 폭은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균형자적 역할은 바로 미국의 현재의 가치와 중국의 미래의 가치를 연결시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강정구 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6·25전쟁은, 후삼국시대의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모두 삼한 통일의 대의를 위해 전쟁을 했듯이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것이며 ‘통일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안에 끝났을 것이고, 우리가 겪었던 살상과 파괴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미국은 은인이 아니라 민족의 원수이며 맥아더는 전쟁 영웅이 아니라 역사 속에 던져버려야 할 전쟁광이자 민간인 학살자’라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다. 필자가 볼 때 당시 동서 냉전구도의 국제적 환경과 국제 프롤레타리아의 폭력성을 망각하고 있는 편협적인 사고이고 현실을 무시한 지극히 이상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또 주장을 강화하기 위하여 혹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하여 학자적인 태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한쪽으로 몰고간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강 교수가 그저 자기의 생각을 인터넷에 올린 것에 대하여 보수 언론과 지식인들이 일제히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이 나라가 서로 생각이 틀리다고 패를 갈라 감정적으로 다투고 또 감정적으로 죽이는 일을 반복할 것인가. 역사인식이 다르다고 서로가 폐쇄적인 집단을 이루어 시청앞에서 데모하고 광화문앞에서 데모한다면 해방이후의 우리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한 발자국도 진전된 모습이 아니며 그렇게 되면 민족의 장래는 없다. 자유주의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무엇인가. 이제 누가 어떤 괴이한 의견을 낸다 하더라도 그 의견이 잘못 되었으면 논리적으로 반증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사회이다. 굳이 서로 쌍소리를 하고 감정을 이입할 필요는 없다. 균형자론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저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껴안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미·중간의 균형자적 역할 가능성

21세기군사연구소와 중국의 국제우호연락회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2005년 4월 26일 베이징에서 개최했던 제3회 한중안보포럼 종합토의에서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아태연구실 주임 진린보(晋林波) 박사는 다음과 같이 한국측 참가자들에게 질문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균형자 염원을 이해하나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중국과는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상황하에서 동맹국과 비동맹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은 모순이 아닌가?” 이에 대해서 황병무 박사(전 국방대학교 교수)와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박사가 답한 내용의 요지다.

황병무 :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이 제기된 배경은 첫째, 과거에 대한 반성때문이다. 19세기 우리의 정책미비로 우리 땅에서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이 일어나는 그런 실패가 또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리고 여기에 미래의 전략적인 비전이 함께 작용한 것이다. 한반도가 주변국의 종속변수로 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향후에 적극적으로 예방적인 차원에서 균형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전략적인 비전 제시이다. 방법은 힘에 의한 균형자가 아닌 역할에 의한 상황 조성이다. 과거 18-19세기에 영국 등 강대국들이 구라파에서 힘에 의한 세력의 균형을 유지했던 것이나 최근 미국의 경우와 같이 될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수단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연구를 해보고 국론을 수렴하고 주변국과 협의를 거쳐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차영구 : 문제의 핵심은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른 논란과 한미동맹 관계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가, 기존의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거나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역할을 수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에서 답한 것은 균형자라는 것이 한미동맹관계를 약화시키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기존의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의 안보적인 역학관계를 우호관계로 지향하자는 것으로 군사적인 균형자가 아닌 외교적인 차원에서의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주변 강대국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를 잘 읽어서 그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더 나아가서 주변 강대국들로 하여금 한국이 균형자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균형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만큼 군사적인 능력이 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한국이 처해져 있는 상황속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능력만큼의 어떤 독특한 기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동서 냉전시대에 한반도는 공산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사이에서 어떤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해 왔다. 이제 한국도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어떤 유형의 균형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만큼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주변국들에게 어떤 위협적인 존재가 분명 아니기 때문에 강대국들 사이에서 비교적 객관적인 권위를 가지고 세계와 유엔을 향하여 그리고 EU와 기타 NGO 등 국제기구들에게 좋은 잣대를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아직 미국에게 도전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당분간 역내 역학관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가운데 동북아 지역에는 미국의 주도권이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한국에게 중요한 안보위협인 동시에 기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주변 강대국간의 관계가 한국에게 강요된 선택의 측면이 아니라 한국이 적극적으로 취하게 될 지렛대의 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양국 사이에서 어떤 균형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한국을 그들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어떤 유인력과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자위적(自慰的)인 합리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외교적 재량권과 영향력을 높여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독자적인 군사적 역량과 자주적인 전략선택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될 때 양국 사이에서 한국이 완충국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질 경우에 한국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균형자적인 역할로 전환할 수 있겠는가. 미·중 양국으로서는 한반도가 지니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 외교, 군사적 역량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들이거나 적대세력화하지 못하도록 어떻게든지 한국을 ‘통제’ 또는 ‘관리’하려 할 것이다. 양국 모두 힘의 행사를 통한 물리적 통제라는 강압적인 수단보다는 정치, 경제적 보상을 통해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한국을 유도하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미·중간의 갈등이 남북한 문제가 아닌 대만이나 남지나해 일대의 영유권 등과 같이 한국의 사활적 이익과 관련이 적은, 그러나 다른 사안보다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에서 격화될 경우에는 좀 더 한국이 유리한 입장에서 양국에게 일종의 지렛대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들 문제를 한반도의 안보와 남북한 통일문제와 연계하여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사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중간 전략적 대립사이에서의 균형자적 역할

미국의 전략적 변화의 특징은 아시아 중시와 기동성의 중시이다. 아시아 중시는 EU의 안정과 NATO와 러시아의 밀월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기동성의 중시는 새로운 위협인 테러에 대한 대응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중시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가라앉지 않는 거대한 항공모함 일본은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맹방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역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미국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미일동맹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남방으로 서방으로 북방으로 봉쇄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필리핀이나 중앙아시아에서 그들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하여 전진기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들 국가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있다. 대만과의 군사교류를 확대하고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중동의 전진기지를 확보하고 급기야 러시아와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모두 그런 전략적 노력의 일환이다.

미국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한반도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새로 이동하는 오산이나 평택기지의 기능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미군의 전진기지로서의 한반도의 역할을 충분히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당연히 그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 한국에 와 있는 것이다.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국제정치사의 교훈대로 한국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전략적 전진기지로서의 값어치를 제대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가 동서냉전시대에 분단되어 완충지대의 기능을 하게 되고 또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참전하게 되는 일련의 사태는 크게보아 미군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커다란 계획과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전략적인 구도들을 잘 읽어내서 필요한 만큼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판단하고 그들에게 이를 충분히 지렛대로 활용하여 전략적인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 대하여 혹은 중국에 대하여 한국이 동맹의 차원에서 혹은 문화적 동질감에서 순정적으로 나약하게 처신하는 것은 국가의 이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변화되는 상황이라면 약소국인 한국이 더 빨리 더 먼저 변해서 그들이 도착하게 될 곳에 먼저 가 있자는 것이다. 먼저 자리를 잡으면 그만큼 한국에게 이익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대미전략의 기조를 미·중관계의 안정과 개선, 발전에 두고 있다. 등소평과 장개석 그리고 뒤를 이은 후진타오도 대미관계에 있어서 투쟁보다는 협력을 위주로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과 이완이 되풀이되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동양국가들이 서양국가들에 대하여 갖게되는 잠재적인 불안감이다. 한국은 중국의 이런 장단기 대외정책에 맞추어 주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주변국들에게 공세행동을 하기보다 소극적으로 자국의 영토와 평화를 지키려고 하는데 있어서 중국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양국간에 문화적인 공감대와 함께 평화를 사랑하고 동북아에 질서를 유지하려는 대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이 중국에 대하여 커다란 지렛대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만일 어떤 ‘전략적인 동질감’이라는 것이 있다면 미국은 한국에 대하여 전략적 동질감이 하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중국은 한국에 대하여 전략적 동질감이 상승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장기적인 국가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중국의 전략적인 판단은 한국의 자잘한 전술적 변화에 대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균형자적 역할의 여지이다.

한국은 미국과 50여년의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국의 전략이나 전술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미국과 중국을 향하여 그들의 진정한 국가이익을 위하여 전략적 수정에 대한 조언을 해줄만한 나라이다. 특히 중국에 대하여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에 대한 오해나 불신에 대하여 조언을 해줄 수 있고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체험에서 배운 것들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대치가 일어날 때 반드시 한쪽만을 택하는 선택이 아니라 그들이 제로섬 게임에서 받을 피해를 계산하고 윈윈 게임으로 갈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는 신뢰를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그러한 균형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본다. 한국은 그런 갈등의 영역에서 비교적 벗어나서 객관적인 조언과 신뢰할만한 잣대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문제나 남사군도 문제, MD문제나 인권문제 등등 양국사이의 제로섬 게임을 윈-윈게임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영역들이 많이 있으며 한국이 도전적으로 시도해볼만한 균형자로서의 과제들이다.  

미·중간 전술적 대립사이에서의 균형자적 역할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나 역할변화는 미국이나 한국의 이익에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중국의 이익에도 관련이 되어 있다. 게임은 이익관계가 있는 당사자들에 의하여 벌어진다. 마땅히 중국과도 이 문제를 게임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게임은 게임을 벌이는 사람이 주도권을 갖게 되어있다. 상대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게임을 그만 두면 되는 것이고 상대가 반응을 보이면 그때부터 게임이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 1개여단 3,800명이 이라크로 이동하였고 차차 주한미군이 감축하게 될텐데 이것은 중국과 미국의 이익을 조정하는데 있어서 한국이 균형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주한미군의 문제에 대하여 한국 스스로가 불평등 동맹의 인식이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잭팟 게임에서 카드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가려져 있을 때이지 이미 공개된 카드는 의미가 없다. 공개되고 추진되기 이전의 정보들을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략변화의 구도를 잘 알아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위상의 변화와 전략의 변화는 동북아 국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미국의 안보전략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고 결국 중국의 안보전략의 변화에 대한 독립변수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안보전략의 변화를 분석하고 중국의 대응논리를 분석함으로서 한국이 그 사이에서 균형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보여진다.  

9·11 이후 발표된 미국의 QDR에 럼스펠드 장관의 군사전략 구상이 포함되어 있다. QDR에서 밝히고 있는 해외주둔군 재배치에 대한 구상은 미군의 해외주둔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동북아에서 동남아시아로 확대되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유럽중심에서 아시아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는 상태이다. 미국은 전세계를 5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 통합군사령부를 두고 관할하고 있는데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 목적은 물론 테러리스트, 적대국 및 잠재 적국의 위협에 군사적으로 신속히 대처하기 위한 광범위한 군사 기지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이 구축되는 기지는 과거 주요 공산국가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된 주한미군과 주독미군의 성격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군의 재배치 개념은 지역적인 문제로서가 아니고 특정지역이나 대륙을 초월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인 규모로 군사전략 개념을 접근시켜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미군의 전략적 현안에 비추어 볼 때 미군의 새로운 기지 개념은 현재 미군의 군수조달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미군이 세계 여러지역에 소규모 단위로 보다 신속하게 전개가 가능하도록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진정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위협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에 대하여 투명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미국은 그들의 MD 계획에 대하여 중국에게 공개할 것이며 훈련장소나 기지에 언제라도 중국이 방문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시도하는 기동성 위주의 경량화 부대는 다분히 테러집단이나 저강도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 강한 기동부대들이다. 테러나 저강도 분쟁에 대해서는 충분히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인 이익을 공유할 수 있고 전술적인 공동훈련이 가능한 영역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기동성 위주의 경량화 부대를 재편하는 계획과 훈련과정을 중국과 함께 논의하도록 한국이 적극 중재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공동훈련의 과정에서 한국이 특별히 우수한 대테러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원으로서 참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 대테러 혹은 저강도분쟁에 대한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미·중 양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특히 한국의 입지를 높이고 향후 미·중 양국간에 전략적 대치가 일어날 때 전술적으로 균형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략적인 변화가 있더라도 전술적인 관성이 있기 때문에 전술적 공유는 전략적 공유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또 다른 측면의 전술적 지렛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을 그들의 전진작전 기지로 분류하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본다. 한국의 안보가 미국에 의하여 지켜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 아무런 타협이 없이 한국의 영토를 미국의 전진작전 기지로 제공하고 있다. 만일 한국이 다른 방법에 의하여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한국도 파키스탄이나 터어키와 같이 충분한 전진작전 기지로서의 값을 계산하여 미국과 타협했을 것이다. 과연 한국의 안보를 언제까지 미국에 맡겨놓고만 있을까. 한국이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서 자생적인 군사능력과 자주적인 전략선택의 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반도의 전진작전 기지로서의 값은 더 크게 계산될 것이다.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은 파키스탄의 전진작전 기지로서의 가치를 평가하여 아프카니스탄의 핵무기와 칸박사의 북한 기술이전을 묵과하였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한국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지렛대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그 가치는 한국이 얼마나 미국의 안보우산을 덜 빌려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가에 달려있다. 현재 한국의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며 중국은 한국의 위협을 감소시켜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나라이다. 한국의 위협이 감소될수록 좀더 적극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이익을 위하여 대미 지렛대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중국의 전문가들도 잘 인식하고 있는 함수관계이다. 미국의 전진작전기지로서의 한반도의 기능을 한국이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국이 중국과 미국사이에서 어떤 균형자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테러 작전역량으로서의 균형자적 역할
  
9·11 테러의 참사와 그에 잇달아 발생한 동시다발적 테러에 의한 80여개 국적의 3천여명의 희생은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들의 분노와 충격은 씻을 수 없는 것이었다. 미국은 테러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그로 인해 비롯된 소위 ‘불량국가’의 지목이 미국의 입장에서 적군과 아군을 분명하게 갈라 놓았다. 현시점에서 테러위협이야말로 미국과 중국, 한국을 엮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이다. 그리고 테러에 대한 대응능력이야말로 군사 강대국과 군사 약소국의 차이를 가장 작게할 수 있는 한국에게는 아주 소중한 지배영역이다. 특히 한국이야말로 그동안의 대간첩작전의 경험에 따라 대테러 대응능력에 대한 경험과 훈련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공산당식 게릴라에 맞서 훈련되어온 한국의 대테러 작전능력은 한국이 균형자적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비대칭적인 군사능력이다.

한국은 왜구소탕이나 북쪽 오랑캐들에 대처하면서 역사적으로 게릴라전에 대해서 아주 익숙해져 온 민족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공산당식 게릴라전의 방법으로 더욱 기술이 향상되었고 그에 맞서기 위하여 한국에도 대게릴라전에 대한 다양한 전술이 발전되어 왔다. 월남전에서도 한국군의 대게릴라전은 미군으로부터 인정받은 바 있고 공개적으로 잘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 및 제3세계에 한국의 대게릴라전 전술에 대한 수출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제 한국의 대테러 군사작전 능력을 떳떳하게 양지로 끌어내어 전세계의 테러위협을 제거하는데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시야가 있다면 멀지 않아 국가적인 차원의 공룡과 같은 대 군사력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경량화, 기동화 전술추세도 그러한 경향의 일환이며 그러나 아무리 그런 보완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규모적인 군사력이 갖고 있는 약점을 커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공룡이 소멸된 지질시대의 교훈을 잘 되새겨서 한국의 국운이 상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공동적이 테러라고 할 때 그 적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한 나라가 그 측면에 있어서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과 중국이 강대국이니까 모든 면에서 강대국일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한국이 균형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소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한국은 비대칭전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대테러전 능력에 전력을 집중한다면 한국도 능히 비대칭 군사강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한국의 공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테러를 제압할 수 있는 상대적인 군사강국이다. 한국이 그들에게 강국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이것을 값어치 있는 소중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마땅히 전세계에 테러가 있는 곳에 한국의 훈련된 젊은이들을 보내야하고 한국의 장비들을 보내야 한다. 한국이 대테러 군사강국이라는 것을 주변 강국들이 인식하게 될 때, 한국은 능동적으로 균형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균형자 역할

동서냉전의 레짐은 그 바탕이 군사적 헤게모니의 충돌이라기보다는 경제적 헤게모니의 충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탈냉전 이후 자본주의가 승리하면서 세계 각국은 냉전시대에 남아있던 군사적 헤게모니의 강화보다 오히려 경제적 헤게모니의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하여 군사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21세기를 대비한 미국의 대외정책이 주로 전세계적인 경제질서의 개편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서 쉽게 파악될 수 있다.

미국의 세계 경제권의 장악은 냉전시대에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이던 소련 세력이 소멸된 상황에서 NATO를 통하여 유럽에서 러시아의 경계선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포괄적인 안보정책의 일환이다. 이른바 전쟁이외의 전쟁(Military Operations Other Than War) 혹은 포괄적인 안보개념은 군사작전의 차원을 넘어서서 미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의 군사능력의 상용화 및 민주주의의 세계적 확산을 위한 것이다. 미국은 군사적인 헤게모니의 강화를 경제적 헤게모니의 확보를 위한 환경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경제적 헤게모니의 확보와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보다도 유럽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 이것은 미국의 주도하에 있는 NATO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여 NATO를 통하여 유럽에서의 안정적인 안보환경을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NATO를 통하여 독일과 프랑스를 견제함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통하여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서 냉전체제의 보호아래서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급속하게 발전되면서 미국의 안보정책은 이제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경제발전에 따른 미국의 아시아중시 정책과 주변국들의 경제적 군사적 이해관계에 따른 안보환경의 변화는 북한의 안보위협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는 한반도에 경제문제와 군사문제가 얽힌 복합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있다. 변화된 상황은 기존의 군사안보적 개념에 따라서 수립되어 온 한국의 안보정책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기능변화와 관련해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은 겉으로는 군사동맹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제적인 차원의 갈등이다.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와 이에 따른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와 군사작전의 변화는 미 국방예산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경제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경제적 패권의 강화를 위한 총체적인 국가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한 미군의 재배치와 주한미군의 기능변화를 경제문제와 연계시켜 고찰해야 마땅하다.

경제적 균형자의 역할은 비록 군사적인 관점은 아니지만 포괄적인 안보의 차원에서 간략한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미국은 현재 재정적자로 야기된 미국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선의의 의존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04년 8월말 기준으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 재무부 채권은 7,220억달러이고 중국은 1,720억달러이다. 여기에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보유하고 있는 2.060억달러를 포함하면 1조1천억달러이며 2003년말 기준으로 볼 때 약 22%가 증가한 액수이다. 동북아 주요 국가의 미 재무부 채권 보유덕에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군사력이 강하다고 해도 이런 경제적 변수가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상관계에서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그들의 의도대로 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하여 때로 강력한 발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일본이 바라지 않는 지역내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3월에 일본과 한국과 중국을 차례로 방문했던 라이스 국무장관은 일본에서 떠나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주권국이라고 칭하였다. 미국의 고위급 관료의 입에서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의 고위 의사결정자들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나 군사력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들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적 의존관계를 깨뜨릴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지난 50여년동안 한국은 미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많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하고 있다. 매년 양국 상호간 방문객수가 100만명을 넘고 있으며 8만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3대 유학생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는 2백만명의 한국 교포가 살면서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크린 쿼터제나 의료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미간에 FTA 협정이 조인되면 각종 무역장벽이 무너지면서 양국간의 경제적 의존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미간의 경제적 상호 의존관계는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경제적 지렛대이다. 또 중국과 한국은 상호간에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국간의 교역관계는 비교우위의 원리가 외부의 간섭없이 실현된 결과이기 때문에 양국은 서로에게 대등한 경제적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 일방이 타방을 압도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잘 활용하여 통상관계의 양적인 팽창을 추구할 수 있다면 양국관계의 발전과 한국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장차 유사시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경제적 의존관계와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관계는 잘만 활용하려면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지렛대이다. 경제적인 이권들은 이익단체들과 서로 얽혀져 있기 때문에 미시적으로 양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의지를 전환시켜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촉매이다. 미국, 중국, 한국 어느 나라도 나라의 경제를 해치면서까지 군사적 모험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IT 등 첨단기술과 경제능력이야말로 한국이 균형자적인 역할을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본다.  
  





의군
차영구님...역시 대단 하신분... 2005-09-20
09:29:18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71  한미 정상회담에....     2006/09/16 2202 18180
170  한미관계 관련 미 의회 조사국 보고서     2006/09/11 2068 19293
169  전시작통권 로드맵 협의시 전제조건 - 조성태 전 장관 인터뷰     2006/09/11 2270 18490
168  전시작전통제권의 혼돈     2006/08/28 2049 18044
167  고은이라는 분의 통일관...  [3]   2006/07/20 2403 18192
166  제4회 한중 안보포럼 개회사     2006/06/25 2314 18108
165  제15회 21세기 안보포럼 - 동북아 정세전망과 한·중간 협력방안     2006/04/07 2112 18607
164  국방획득의 악순환 고리타파와 한국군의 국방 M&S 개발능력     2005/12/21 2377 18735
163  전시작전권 환수관련 - 경인방송 인터뷰     2005/10/14 2145 19039
162  ‘국군의 날 행사’에 갔더란다 !     2005/10/04 1927 18325
161  국방개혁 관련 cbs 인터뷰     2005/09/08 2057 18296
 한반도 전략적 가치와 동북아 균형자 역할 가능성  [1]   2005/08/08 2001 15540
159  sorting과 sifting의 능력     2005/07/25 1920 15016
158  총기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2005/06/23 2134 15175
157  3가지가 극복되면 국방개혁 OK     2005/06/13 2132 14858
156  국방장관 인터뷰     2005/06/13 2108 13776
155  제3회 한중안보포럼 관련...     2005/05/14 2033 13729
154  NSC의 작계 5029 중단과 관련하여...     2005/04/16 1860 13436
153  노 대령의 명량해전 재분석을 읽으면서...     2005/04/13 2296 14652
152  봉급 적었다고 소송제기한 전직 군 법무관들     2005/04/07 1877 13218
151  박소령...  [2]   2005/04/07 2021 13133
150  노 대통령, 방관자들과 떡을 같이 나눠 먹으라.     2005/03/14 1948 13541
149  제8회 21세기안보포럼     2005/02/23 2074 13690
148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대해서...     2005/02/15 1960 13268
147  의사소통의 어리석음     2005/02/15 2052 13438
146  친구야, 미안하다. 사랑한다.     2005/02/05 2193 13651
145  선진 방산국가로 가기 위하여...     2005/02/03 2099 12344
144  속성재배된 한국의 자유     2005/02/01 2018 11915
143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구...     2005/01/31 1919 12347
142  인분먹인 중대장을 보면서...     2005/01/26 1777 11600

    목록보기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2][3][4][5][6][7] 8 [9][10]..[13]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zero



무제 문서


21세기 군사연구소 / 월간 군사세계 KDR
Korea Research Institute of Military Affairs / Korea Defense Review
Copyright (C) 1995~2013 All Rights Reserved T : 842-3105~7 / F : 842-3108 /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