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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구...
  2005-01-31 00:00:00, 조회 : 12,331, 추천 : 1908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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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아,

고생많다.
사실, 니가 연하자 상관을 모시는 것에 대해서 어떤 기분을 가지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역시 너답게 그 순수한 마음으로 연하자 상관을 받드는 모습이 매우 좋아 보였다. 일의 중요성을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에 지배되는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들이냐. 공익이라는 거 생각하지 못하고 지 손해되면 ‘모두 나쁜 놈들’ 하는 거 우리 사회의 한 병폐야.

군이 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도 아직도 지 이득이나 챙기려고 하는 못난 장군들, 자기 호신이나 하고 있는 장군들이 참으로 밉다. 누구를 위한 진급이고 누구를 위한 보직이고 누구를 위한 장군이냐.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이득도 물론 중요하지만(그래야 일할 의지와 창의력이 나오는 거니까) 그러나 집단이 잘 되고 인정을 받아야, 자기의 이득도 있는 거지, 자기의 명예도 지켜질 수 있는 거지, 왜 그것을 모르는지 참으로 측은하기만 하다.

뭐, 우리 군에 그런 풍토가 있었다면 니가 왜 진급을 못했겠니. 그저 지 이득을 위해서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는 친구가 진급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 젖은 일이나 마른 일이나 모든데 완벽하면서 아울러 전체나 집단의 이득을 생각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 국가나 군 전체의 이익,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는 장교가 아울러 자기 상사에게도 동시에 인정받는 일이라는 것은 좋은 지휘관을 만나는 행운이라고 해야겠지.

뭐, 군 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도 공조직이건, 사조직이건 나라의 이익과 상사(혹은 소속집단)의 이익이 갈리는 부분이 언제나 있을테고 나라의 이익과 상사(혹은 소속집단)의 이익, 또 그에 따른 자기의 이익이 다를 때, 이리저리 저울질 하고, 고민하고 하는 경우가 많겠지. 그런데 사실, 그거야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니여. 마땅히 나라의 이익이지. 나라가 잘 돼야, 나도 살고 내 집단도 살고 다 잘 되는 거 아니여?

그건 그렇고, 니가 방위사업 관련해서 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거 관련해서 쫌 이야기 좀 할려구... 나도 이 일을 10년동안 해왔는데 사실, 그동안 주로 방산업체들로부터 광고따서 해 왔다고 해야겠지. 그런데 올해 들어서 방산업체로부터 광고도 줄어들고 너무 힘들어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보니 결국 우리 연구소도 방산업체가 잘 되어야 잘 되는 것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군도 방산업체가 잘 되어야 군도 잘 된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가 가슴에 꽃이는 거야.

그래서 올 한해를 ‘우리 방산업체 살리기’에 목표를 두고 연구소와 군사세계가 그야말로 총매진해 볼려구.. 그래서 최근에 국방부의 획득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방산업체의 간부들을 좀 만나 보았는데 그분들이 참 우리 방산업체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서 너무도 해박한 지식과 혜안을 갖고 있더군. 나 자신도 방산업체에 근무한 적도 있고 그런 문제들에 대한 원인이나 대책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들도 나와 다를 바없는 그런 진단과 치료법들을 아주 잘 알고 있더라구.

이건 우리가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었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거의 대동소이하게 한 목소리를 내더라구. 아니 이렇게들 다 잘 알고 있는데 왜 이런 문제들이 지금까지 해결이 안되고 누적되어 왔을까. 왜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까.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더군. 이들 개인 개인들은 모두 하나 하나 우수하고 총명하고 명쾌한 대안들을 갖고 있는데 왜 그것이 조직적으로는 실현이 안되고 있을까.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역시 조직마다 암세포들이 있어서 그랬던 거야. 그리고 그 암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서 정상적인 조직의 발전을 막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이 암세포들을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가 고민을 해봤지. 방법이 없더군. 솔로몬의 지혜야. 지금까지 우리 군에 그것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솔로몬과 같은 위인이 없었던 거야. 아무리 정보가 많고 지혜가 넘치고 전문성이 기가 막혀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단칼에 베는 것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나는 아직도 방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이 몇몇 암세포와 같은 작자들에 대해서 듣고 있어. 그들이 문제를 이리저리 실타래 꼬듯이 꼬아대고 있는 거야. 안정이라는 탈을 내세우고 자기들의 이득을 꾀하고 있는 거지. 아니면 그들은 이 나라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이 나라의 주변국가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 군이 경쟁력이 있는 군대인지 어떤지 알지도 못하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있는 거지.

불필요한 기구들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바꿔야 돼. 그 방법밖에 없어. 이건 이리저리 실타래처럼 꼬여 있어서 뭐 어떻고 저떻고 변명만 늘어놓고 대단한 전문성이라도 있는 것처럼 절차가 어떻고 하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고... 솔직히 말해서 쓸만한 장군과 쓰레기같은 장군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다 아는 거 아니냐. 몇몇 현역 장군, 예비역 장군이 희생된다고 그것이 군의 사기와 뭔 관계가 있냐? 몇몇 장군의 사기가 군의 사기냐? 암세포 제거하면 군에 혈액순환이 돌고 영양이 팍팍 공급될 거야. 지켜야 될 장군과 비야될 장군을 잘 가려야 디여. 눈이 맑으면 그게 다 보인다구...

나는 니가 알 듯이 전쟁에도 갔다 온 사람 아니냐. 전쟁하는 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많이 봤어. 전쟁에 필요한 장군은 솔직히 말해서 내눈에 딱 보인다구. 어떤 장군이 전쟁에 필요한 장군인지 금방 알 수 있다구. 이땅에 평화를 지키는 그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장군이 누군지, 지 이득과 지 영달만을 위해서 국민의 피를 빨아먹고 있는 장군이 누군지 금방 보인다구..

우리가 몰라서 못했던 게 아니야.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삼척동자가 다 아는 일이라구. 그저 서로 눈치만 보고 누가 내대신 고양이목에 방울을 달아달라고 엉덩이 내놓고 머리만 구멍속에 감추고 있었던 서생원들 꼴이었지. 이제 효율이 뭔지 효과가 뭔지, 공익이 뭔지 전략적 승리가 뭔지 도대체 감이 없는 장군들은 바꿔야 돼. 인간관계가 어떻고 하면서 창의의 싹을 말려 버리는 지휘관들은 이제 솎아내야 돼. 나라의 이익, 국민의 이익을 우선가치로 생각하지 못하는 군인들은 비야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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