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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정신전력 관련 KDR 인터뷰
김진욱  2010-08-09 14:15:52, 조회 : 10,438, 추천 : 1937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군의 정신전력에 대한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해이해진 국민 안보의식에 대한 자성을 당부하였고, 국가안보시스템의 재점검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구체적인 개선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7월 14일에는 김태영 국방부장관 주재로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가 개최되었고 7월 5일 합참의장으로 취임한 한민구 의장도 참석하여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향후 대책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 조정, 국방운영개혁 추진방향 등 국방 현안들을 논의했습니다.

점차 국가안보가 군만의 영역이 아니라는데 현실적인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 안보의식은 차치하고 국가안보의 지주가 되는 군의 정신전력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거듭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국방대학교 정신전력 리더십센타는 군의 정신전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도구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21세기군사연구소 소장이며 본지 발행인인 김진욱 대표로부터 정신전력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 정훈(政訓)병과와 한국군에 적합한 정신전력을 구축하기 위한 발전방안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1. 한국군에 있어서 정훈(政訓)의 의미는 무엇이며, 정훈병과(1966.10.4)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답: 오랜만에 정훈병과와 정신전력 업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훈은 정치훈련(政治訓練)의 약자이며 군에서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국가관과 사상무장, 군인정신 등의 교육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창군과 함께 국방부에 정훈국이 발족되어 ‘정훈(政訓)’이라는 이름이 쓰여졌고 처음에는 군인들에게 무슨 정치훈련 교육을 하느냐는 논란이 있어서 용어사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북한 공산주의에 맞서 이념교육을 하는 것으로 혹은 군인들의 정치사회화 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정훈이라는 용어가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정훈(政訓)이라는 용어는 사실 당시의 중국 국민당 군대에서 쓰여지던 용어를 우리가 활용한 것입니다. 한국군은 미국식 군사제도를 받아들였는데 창군 당시에 좌우익 대결의 혼탁한 정치 사회적 환경속에서 북한 공산주의 군대에 맞서 국민당 군대의 ‘정치훈련(政治訓練)’과 유사한 조직과 활동이 우리 군대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공산주의 군대는 지휘권이 이원화되어 있어서 당이 철저히 군을 지배하도록 되어 있고 당에 의해 정치훈련과 사상감시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군은 기본적으로 공산주의 군대와 맞서고 있기 때문에 북한군의 정치부 조직과 대치할 수 있는 기구과 기능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한국군에 있어서 정훈은 어느 교범에 나와있는 것처럼 ‘북한의 심리전 공세에 대처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우월성 인식을 바탕으로 체제수호의 신념구축과 투철한 군인정신을 함양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훈병과는 1966년 10월 4일에 창설되었는데 그동안의 정훈보직에 대한 특파임무에 따른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창군이후 정훈장교로 활동해온 사람들은 정훈 1,2,3기생과 정훈대대 요원들이었는데 이들이 점차 전역함에 따라 일반장교들중에서 특파자원을 선발하여 육군정훈학교에 입교시켜 소정의 교육을 받게한 후 정훈분야에 근무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특파제도에 따른 정훈장교들의 전문성 결여, 경험부족, 2년이란 짧은 특파기간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래서 1961년 특파제도를 폐지하고 사단급부대의 지휘관이 사단 정훈참모를 직접 임명하는 제도를 택했으나 사단 정훈참모부가 사단의 장교보충대와 같은 인상을 주는 등 이 제도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전쟁을 경험한 전투세대의 제대와 한국전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장병들의 입대가 증가되어 감에 따라 장병들에 대한 반공사상 고취와 군인정신 함양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고 이런 정황속에서 1965년 정훈병과 제도가 탄생된 것입니다.



2. 정훈병과의 주 임무는 무엇인가요?

답: 1966년 정훈병과가 창설된 이후 발전되어 오는 과정에서 정훈병과의 임무가 다양해졌습니다. 우선 북한과의 사상전에서 이겨야된다는 정훈병과 최고의 임무가 장병정신교육체계로 정립되었고 사상무장과 함께 시대적인 요청에 따라 국가관과 군인정신 교육이 보완되어 우리 군의 정규적인 교육체계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장병정신교육은 정신전력 개념이 완성됨에 따라 유형전력인 물자전력과 함께 중요한 군사전력의 한 파트로 교범화되었고 리더쉽 활동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었습니다.

정훈병과는 장병들의 정신교육과 함께 부대 지휘관의 정신전력의 주참모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으며 업무가 확장되어 기존에 정훈병과가 수행해 왔던 공보업무는 물론이고 심리전업무와 민사업무를 맡기도 했습니다. 각 업무들이 그 대상이나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결국 공산주의 방식의 전쟁에 맞서서 한국군이 이길 수 있는,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과 함께 공산주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는 하나, 하나 중요한 수단들입니다.



3. 중국군에서도 총정치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정훈병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 최근에 중국군 부대를 방문하고, 또 중국 인민해방군 총정치부의 전, 현직 고위급 인사들과 자주 만나면서 중국군의 총정치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군의 총정치부는 단지, 군인들에 대한 정치적인, 사상적인 관리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각종 선무활동, 심리전활동, 대민활동, 문화활동, 예술활동 등을 활발히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정훈병과 업무와 많이 공통된 점도 있지만, 권한을 가지고 직접 부대지휘 결정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각 부대의 정치위원은 대외적으로 그 부대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북한군도 인민무력부에 총정치국이 있어서 공산주의 군대의 일반적인 원칙인 ‘군에 대한 당의 지배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총정치국장이 조명록 차수인데 건강이 별로 안 좋아서 그렇지 과거에 오랫동안 북한의 제2인자로 군림해 왔습니다. 그만큼 북한군내 각 제대의 정치부 장교들은 굉장한 권력을 가지고 군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에서 사상전력이라고 하는 것은 여타 다른 어떤 전력보다도 가장 중요시되는 전력입니다. 북한군은 땅을 점령하고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 국민들에 대한 사상전의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4. 최근까지 정훈의 임무중 공보의 임무가 강조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훈의 임무중 공보의 임무와 정신교육의 임무의 밸런스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답: 창군 당시에 한국군이 미 군사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미군의 공보체제(Public Affairs System)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미군은 TI&E (Troop Information and Education) Officer 제도를 운영하여 부대교육과 대민업무를 수행했는데 한국군도 초기에 이 제도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정훈병과의 임무중 공보의 임무가 더 강조될 때는 바로 이 미군의 공보체제를 통한 임무수행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될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국군에서 평시에는 북한 공산주의 군대와 맞서 있다는 긴장감이 약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군의 군사체제를 따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자신도 미국의 공보학교(DoD Public Affairs School)를 졸업했지만 나토방식의 서방국가 군대의 공보업무 체제와 공산주의 군대의 정치장교들의 업무가 같은 목적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체계나 결정방식 그리고 그 영향력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한국군에서는 양쪽의 방식이 혼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굳이 선택을 한다면 한국군은 전시에 공산주의 군대와 맞서기 위해 공보체제를 통한 임무달성보다도 정훈체제를 통한 임무달성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에서처럼 현재 정훈장교들이 수행하고 있는 공보의 임무와 정신교육의 임무 중에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할 것인가 묻는다면, 답은 마땅히 아직도 북한의 도발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병 정신교육과 대국민 안보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5. 혹자는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민주의식과 연계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 우리가 사상전에서 이긴다는 것은 바로 북한의 체제와 우리 체제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경제체제,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장병들의 정신교육이 민주의식과 연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또 혹자는 우리가 민주주의 방식으로 부대를 관리하고 민주주의 방식의 생활이 보장될 때 장병들이 스스로 체제의 우위성을 체감하게 되고 별도의 정신교육이 필요없는 것이 아니냐? 애써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교육을 통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냐. 억지로 이념교육, 사상무장교육을 하는 것이 역효과가 발생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 모병제 군대의 경우 그런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미군 부대에서 장병들에 대한 교육은 주로 홍보차원의 교육입니다. 이념을 주입한다거나 인닥트리네이션(indoctrination)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모병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가치선택의 문제가 이미 걸러졌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징병제의 군대에서 아직 우리 장병들의 가치선택의 문제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당연히 가치선택의 과정에서 단순한 홍보차원을 넘어서서 적극적인 이념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약간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볼 때 교육생들의 내적 저항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정훈교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그렇다면 장병들의 정신전력 향상을 위해 어떤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답: 두가지 측면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장병들의 정신전력이 부대 전투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지휘관들이 관찰하여 부대 전투력에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정신전력 강화방안을 부대마다 특성있게 개발하는 것입니다. 지휘관에 따라 부대의 특성에 따라 리더쉽의 방식이 다르고 당연히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신전력은 무형전력이기 때문에 아무리 조작적으로 전력지수를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대의 정신전력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부대의 지휘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해당부대의 지휘관이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참모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서 스스로 결정하도록 유도하고 상급부대 지휘관들은 다만 조언을 하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둘째 정신전력은 장병들의 내적인 동기와 연결되어 있고 평가나 검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휘관들이 리더쉽이나 심리학과 같은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관리를 해야합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강요된 자세로 장병들의 정신전력이 높다고 평가하는 일은 지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 장병들이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적으로 지휘관이나 상관에게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전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가 있습니다. 내적인 충성심을 요구하기 위하여 지휘관이나 교관들은 때로는 논리나 이성이 아니라 가슴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어야 합니다. 정신전력과 물자전략과의 관계는 가감관계가 아니라 승수관계이기 때문에 정신전력이 0이면 아무리 물자전력이 많아도 전력의 합계가 0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7. 시대에 따라 장병들의 정신세계가 변화된다고 생각합니다. 현 475,700여명의 병사들에게 필요한 정신교육은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이뤄져야할까요?

답: 과거에 미8군에서 카투사들에 대해서 정신교육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이긴 하나 한국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미8군의 카투사를 지원하여 그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그 우수한 젊은이들에게 한국군이 마련한 정신교육체계가 잘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입식의 정신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토론식, 질의 문답식, 산파식의 교육방법을 적용했습니다. 그랬더니 조는 병사들도 없어지고 또 카투사들이 이야기한 내용들을 토대로 해서 과목의 결론을 잘 맺을 수가 있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장병들의 정신세계가 변화되는 것은 마땅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변하지 않고는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변하는 것을 문제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바로 그들이 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변화된 그들이 바로 우리 교관들의 교육대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변화를 따질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변화에 맞춰 정신교육 체계가 변해야 합니다.

특히 요즘에 젊은 장병들의 정신세계가 많이 변화되었다고 하는데 대개 보면 변화의 흐름들이 보입니다. 이를테면 의무지향적이 아니라 가치지향적이라던가, 지구력보다는 창의력 중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점 등입니다. 그들의 변화에 맞춰서 마땅히 정신교육체계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또 부대마다 개인마다 교육대상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각 병사들의 임무가 다양한데 같은 시간에 한곳에 다 모아놓고 교육을 해야 교육을 잘했다 하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위주의 교육을 해서는 안됩니다. 임무가 다른 병사마다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매체로 교육을 해야합니다.    

  

8. 정훈병과의 공보업무는 전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몇 번에 걸친 북한침투로 동서해안에서 군의 대대적 수색 및 정찰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위협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평시 군 보도 중심의 공보업무의 중점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제가 걸프전에 공보장교로 참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그 나라의 지역신문에 한국군의 역할을 홍보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한국군의 참전에 대한 명분과 실적을 그 나라의 국민들과 함께 종결을 짓고 그 나라를 떠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군의 공보업무는 국민과 군이 함께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 필수적인 기능입니다. 군은 국민을 떠나서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전쟁의 명분도 수단도, 전쟁의 시작도 마무리도 국민들과 함께 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고 이긴 전쟁을 온전히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일이 군의 공보업무입니다.  

공보업무에 관련하여 국민의 알 권리와 군사기밀 사이에 갈등이 있는데 이것은 자연스러운 갈등이고 당연한 현상입니다. 전시상황, 혹은 유사 전시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논쟁이 발생했을 때 누가 결정을 할 것인가? 마땅히 군의 지휘관이나 또 국군의 통수권자가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군의 지휘관은 당연히 자기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나중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에게 결정권을 준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 그의 가치판단 능력을 신뢰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공보장교들은 전쟁의 승패는 군사보안에 달려있다는 진리와, 또 국민의 지지가 없이는 현대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진리, 양쪽 모두를 순차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9. 수색에 있던 국군정신전력학교가 해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병과별 마다 학교가 있는데 현재 정훈병과만이 학교가 해체된 상황입니다. 국군정신전력학교의 필요성과 정신전력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추가 대안은 무엇일까요?

답: 군 정훈교육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과거 정부에서 지나치게 부각되어 급기야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군에서는 유일하게 정훈교육 시간을 통하여 장병들의 내적 의지나 선택을 결정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목표지향적(target-oriented)이라는 강한 군사적 특성을 가진 일부 지휘관들이 잘못 정치신념화 되었을 경우 군의 정훈교육 시간을 활용하여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마치 자신의 신성한 임무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과거 군의 그런 잘못된 점들이 너무 아쉬워서 결국 군을 나오긴 했습니다만, 지금 우리 군에서 또 우리 고급 지휘관들중에서 그렇게 잘못 정치신념화된 정치군인들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구데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런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군의 정신전력을 지탱하고 있는 군의 정훈교육체계를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정훈학교라던가, 정신전력학교가 없이 정훈교관이나 정훈참모들을 양성할 수 없습니다. 정훈분야는 리더쉽분야와는 또 다른 분야입니다. 리더쉽은 다분히 서구적인 발상의 지휘통솔법이지만 북한 공산주의 군대와 겨루고 있는 한국군에서는 사상무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승전할 수 있는 리더쉽이 형성될 수가 없습니다. 평시에 아무리 부하들이 충성심이 높고 임무수행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사상무장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충성심과 업무수행 능력이 전시에 우리에게 적이 되어 다가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10. 대체적으로 군에서 정신전력 업무는 정훈장교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훈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부대 지휘관들의 직접적인 관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답: 부대성패의 모든 권한과 책임은 그 부대 지휘관에게 있습니다. 정신전력이나 정훈교육의 효과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그 부대의 지휘관에게 있습니다. 과거 경험을 통해서 보면 어떤 지휘관은 정훈업무를 통해서 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하는데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지휘관은 모든 것을 정훈장교에게 맡기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훈업무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게 생각한다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거나 또 혹은 지휘관이 전문성이 부족해서 정신전력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휘관들이 정훈교육이나 부대 정신전력의 관리에 적극적으로 간여해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정신전력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전력의 승수이며 정신전력이 0이면 모든 전력이 0이 되기 때문에 부대의 성패에 책임을 갖고 있는 지휘관은 마땅히 정훈업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간여를 해야 합니다. 둘째는 정신전력이라고 하는 것은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집단정신, 단결정신 esprit de corps) 지휘관이 직접 챙겨야 그 시너지가 크게 나타납니다. 셋째는 창군시절부터 정훈의 개념이 미군의 군사시스템이 아니라 별도의 지휘관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다른 분야는 시스템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정훈분야는 지휘관심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죽게 되어 있습니다.  



11. 우리 군대가 어떤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군인복무규율 제4조 제2항에 보면 국군의 사명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대’ 우리  군대는 그런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에게 뻐기고 민폐를 끼치는 군대, 국가의 이익보다 부대의 이익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군대, 더구나 개인의 출세나 영달을 위한 군대나 일부 지휘관의 사병(私兵)역할을 하는 군대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군대는 어떻게 되어야 하나?
첫째, 강한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강한 군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첨단무기로 무장화된 군대, 디지털화 정보화된 군대, 그리고 신념화된 군대를 말합니다. 아무리 첨단무기로 정보화되어 있어도 그것을 이용하는 군인들이 신념화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둘째,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군대가 아무리 강해도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이 땅을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군대가 없어도 나라는 저절로 지켜집니다. 그러므로 군대는 보조수단이지 군대가 홀로 국가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입니다. 군대가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군대의 존재목적이고 군대의 기본임무인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군대가 택할 수 있는 유일의 최상의 수단입니다.

셋째, 주변국들의 전략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생각해보면 전쟁이 나서 국토가 유린되고 선량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군대가 없어서도 아니고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주변국들의 전략적 이익에 능동적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우리의 국가이익이 유린될 수 있습니다. 마땅히 우리 군대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주변국들의 전략적 이익에 탄력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고 국군의 사명인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온전히 지킬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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