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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신 장군을 기리며...
김진욱  2013-12-23 21:15:07, 조회 : 6,555, 추천 : 1542



지난 달, 우리는 참으로 멋진 군인 한 분을 떠나 보냈다. 그는 부하들을 너무도 사랑하여 그들 곁에 가서 뭍였다. 월남에서 2군사령관으로 보직받아 귀국했을 때 그는 청와대로 가기 전에 국립묘지를 찾아 그의 부하들의 묘소에서 엉엉 울었다 한다. 그는 진정으로 병사를 사랑하고, 정의를 사랑하고, 자유를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한 이 시대의 진정한 군인이었다. 정말로 순수했던 군인 한 사람을 꼽으라면 어느 누구도 채명신 장군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정치권력이나 이재(理財)에 정말 티끌 하나 묻어있지 않은 맑고 깨끗한 군인이었다. 살아 생전에 더 자주 찾아 뵈었을 걸… 살아 생전에 더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을 걸… 이구동성으로 그를 아는 후배 군인들이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한다.

1996년 6월에 그를 처음 만났다. 집으로 찾아 갔는데 그분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나를 맞았다. “나는 군인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딱 질색이요.” 그렇게 그는 말문을 열었다. “나도 물론 5.16 혁명에 주동적으로 가담한 사람이었지요. 5사단장을 하고 있을 때인데, 5사단 병력을 이끌고 5월 18일 새벽에 서울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UN 사령관 매그루도가 혁명군을 즉시 진압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왔고, 1군사령관 이한림 장군도 혁명부대가 원대 복귀하지 않으면 전부 사살하겠다고 해서 모두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사실 혁명 주동세력들도 모두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채명신 장군이 5사단 병력을 이끌고 5월 18일날 서울에 진입한 것이다.

“이 한림 장군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그는 이 한림 장군에게 ‘나는 당신의 부하지만, 혁명군을 이끌고 서울에 들어간다. 나를 무력으로 막겠다면 나도 무력으로 대항하겠다. 학생들이 지금 판문점을 통해서 이북으로 가겠다고 한다. 나는 공산주의가 싫어서 이북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이다. 이 땅에 공산주의를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혁명에 참여한 것이다. 혁명군에 대해서 무력을 갖고 저지한다면 나도 공산당과 싸우는 각오로 싸울 수밖에 없다.’ 채명신 장군이 그의 상관 이한림 장군에게 통고한 내용이다. UN군 사령관 매그루도가 헬기를 타고 5사단 지역에 가서 채명신 장군을 만났다. 그는 매그루도에게 ‘당신은 북쪽에서 공산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만을 방어라고 생각하고 그것만이 당신들의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내부에서 체제가 전복되어 인민 공화국기가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나부끼면 우리는 그걸로 끝장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더 큰 임무이다.’라고 그는 열변을 토한다.

혁명이 성공하고 나서 박대통령은 그에게 여러 번 정치를 같이 하자고 권유했다. “내가 했던 행동이 뭐 썩 잘했다는 것보다도 나는 처음 혁명할 당시의 순수한 뜻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결국 정치 안하고 군대로 돌아간 사람은 나 하나 뿐이더군요. 혁명해서 한 자리 얻어가지고 보니 자, 돈이 생기지, 권력이 생기지, 계집이 생기지 모두들 그 유혹에 다 넘어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월남에서 돌아와 그가 2군 사령관할 때 박 대통령은 그를 찾아 유신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각하, 양심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3선 개헌까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놓고 그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또 정권을 연장시키겠다니,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약속은 약속대로 지켜야 합니다. (채명신 장군이 필자에게 직접 언급한 내용임)”라고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힌다. 결국 그렇게 해서 그는 중장으로 군 경력을 마치게 된다.

그는 월남전에서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양민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애써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갖도록 함으로써, 한국군이 미국의 용병이 아니라 자유 민주국가의 일원으로서 공산권의 침략을 받게 된 자유민주국을 보호하기 위해 파병되었다는 명분을 살려 놓았다. 그는 월남군과 월남 정부의 부패한 실상을 보고, 월남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결국 한국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한국의 경제적 이득을 위하여 노력하게 된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K-레이션을 개발할 때도, 미군이 하와이의 일본인에게 맡겼던 것을 국산으로 되돌리고, 미국의 거대 건설회사가 하기로 되어 있던 건설이나 운송회사도 모두 한국의 기업으로 돌리는데 성공한다.

장군은 사람 차별하는 것을 특별히 싫어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가 사병묘역을 굳이 택하여 장군의 위세를 버린 것을 보면서 온통 권력자들이 거들먹거리는 이 세상에 일격을 가했다고 기뻐한다. 죽어서 장군이 어디 따로 있고, 사병이 어디 따로 있단 말인가? 장군 따로 사병 따로 묘역이 다른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나 있는 규정이 아닌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의 뜻을 존중하여 사병묘역에 묻히겠다는 그의 유언을 따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채명신 장군에게 5.16 혁명은 권력을 잡아 출세하기 위한 쿠데타라기보다 분명 혁명이었다. 혁명 주동세력 중에서 혁명의 진정성을 자신의 삶으로서 가장 잘 보여준 군인이 바로 채명신 장군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는 명예와 권력을 쫓아 다니지 않은 참된 군인이었다. 사병묘역에 묻힌 장군의 묘소에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 애도하고 있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챤이었고, 그의 판단이나 행동은 크리스챤 정신의 실천으로부터 나왔다고 본다. 그의 명복을 빌며 그가 생전에 가장 즐겨 불렀다는 찬송가 한 귀절을 불러본다. ‘내 영혼이 은총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주의 얼굴 뵙기 전에 멀리 뵈던 하늘나라, 내 맘속에 이뤄지니 날로 날로 가깝도다.’ 아! 채명신.. 멋진 군인이여, 멋진 인간이여.. 사랑스런 하나님의 아들이여.. 하늘나라에서 다시 볼 때까지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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