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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한이 서려있다.
김진욱  2013-10-15 04:04:49, 조회 : 6,843, 추천 : 1599


서울에는 한이 서려있다.


세계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각 나라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멋을 발견하게 된다. 도시의 건물이나 거리, 도시의 문화, 도시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 인류가 지난 역사시대를 통하여 만들어낸 종합걸작품(Total Masterpiece)이라고 하겠다. 이번에 캠브리지 시를 방문하면서 ‘아, 이것이 바로 도시의 orthodox 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런던시내를 다녀봐도 영국 남부의 웨일즈에 있는 작은 도시들을 다녀봐도 내가 느끼는 것은 한마디로 ‘과연 영국에 정통성이 있다!’ 하는 생각이었다. 몇 년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나 또 작은 지방도시인 뷔르쯔부르그 등의 도시들을 방문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한마디로 ‘standard!’ 그야말로 정형화된 거리, 맞춰진 도시의 생활, 판에 박힌 인간관계 그런 것들이었다. 뭔가 분명 영국의 도시와 독일의 도시들 사이에서는 차이점이 있었다.


1990년대에 리야드나 담맘과 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그리고 쿠웨이트, 바레인이나 카타르 등의 도시국가들을 방문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holy’ 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생활의 일주일, 24시간의 삶이 하루에 여섯번이나 하는 기도모임, 모스크에서 골목골목으로 울려 퍼지는 예배소리, 그저 매시간 알라신을 생각하는, 알라신의 뜻을 기다리고 있는 평범한 도시민들의 모습에서 나는 물론 폐쇄적인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소위 ‘신성한 생활’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많은 종교가들이 지상천국을 만들어보자고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회실험을 했었는데 나는 그것의 절정이 아마도 종교경찰, 오로지 하나의 종교방송만이 있는 이들 중동국가들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중국의 여러 도시들을 다녀보았는데 중국의 도시들을 역시 영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grand!’ 라고 하고 싶다. 처음 베이징 호텔에서 세미나를 할 때에 점심을 먹으러 호텔 내부에서 이동을 하는데 그 거리가 2Km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여럿이 함께 먹는 하나의 거대한 원형 식탁에 외국 사람들은 다들 놀란다. 한 식탁에 50명이상이 앉아서 식사를 하는 모습은 중국의 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의 자금성이나 상하이나 창사나 중국의 남부에 있는 도시들을 가봐도 거리나 건물들이 그저 크고 거창하다는 느낌뿐이다. 최근 5년동안 인도에 있었는데 인도에 있는 여러 도시들과 도시민들로부터 느끼는 멋은 ‘natural’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듯싶다. 수도인 델리나 남부의 도시 케랄라의 트리반드룸, 북부 펀잡의 수도인 루디아나 등에 다녀보았는데 도시가 인위적으로 가공되었다는 느낌보다도 있는 자연과 그대로 어우러져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물론 그래서 여러가지 위생문제나 교통문제 등이 있긴 하지만… 특히 바라나시 시를 방문하여 그곳 도시민들의 삶을 관찰해 보았을 때 생노병사가 아주 자연스럽게 갠지즈강과 함께 도시민의 생활속에 어우러져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벌써 30년도 넘었나? 처음에 미국땅을 밟았을 때 그것은 정말 나에게하나의 신천지였다. 텍사스나 인디애나 시카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시들을 다니면서 내가 느낀 것은 ‘freedom’ 이었다. 도시의 건물이나 거리에서도 자유로움을 느꼈고, 지금부터 30년 전인데 방송채널이 200개가 넘어 언론도 자유로웠고 또 파티에서 만난 도시민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정말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거침없이 자기의 이익이나 관심을 표시하는 것을 보았다. 한마디로 내가 미국의 도시나 도시 사람들로부터 느낀 것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freedom!’이다. 그리고 일본에 자주 가보았다. 수도인 토쿄나 후쿠오카, 오사카 등의 지방도시들을 다녀보았는데 일본의 도시들이나 도시생활, 도시민들을 영어 한마디로 또 표현한다면 ‘modest!’ 라고 하고 싶다. 일본의 거리나 건물들로부터 느끼는 것도 그렇고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것도 그렇고, 또 나는 주로 예비역 군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의 말이나 행동, 가정생활에서 느끼는 것도 겸손한 자세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집단적으로 뭉칠 때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알았다.  


사실 우리 서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서론이 너무 길었다. 어제 아내와 우리 한강의 야경에 대해서 감탄하면서 여러 도시들을 다녀본 내 경험을 통해서 내가 우리의 도시 ‘서울’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다른 나라들의 도시에 대해서 내가 느낀 것을 한마디의 영어 단어로 표현했듯이 우리의 서울에 대해서 내가 느낀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sympathy!’라고 말하고 싶다. 서울에는 왠지 모르게 한이 서려있다. 지난 60년 환갑의 기간동안 개발시대, 민주시대를 통하여 우리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한을 품고 도시의 건물과 거리, 도시의 생활과 도시문화를 만들어 왔다. 거리 곳곳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부터, 방송에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노래방이나 또 각종 동호회 모임, 구청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이나 웃음강사들, 서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내가 느끼는 것은 그저 한이 서린 모습들이다. 각자 각자가 무언가를 이룩해야 할 것이 있고, 무언가를 풀어내야 할 것이 있고, 서러움과 그리움, 성취감과 정복감, 반드시 해소해야만 되는 가슴속의 응어리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쳐진다.


언젠가 연구소에서 한강의 유람선을 빌려 중국의 전문가들, 한국의 전문가들 70명을 함께 태워 거창한 파티를 한 적이 있었다. 한강을 유람하며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한강이 너무도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제 문득, 나는 서울의 거리와 건물, 도시생활과 도시사람들 심지어 아름답다고 하는 한강의 야경에 대해서도 거기에는 한이 서려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아직도 다 풀어내지 못한 한이 서려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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