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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승전략 - 먼저 이겨놓고 싸운다.
김진욱  2016-10-10 17:56:51, 조회 : 9,193, 추천 :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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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는 그의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병법이라 했다.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보다 그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옛날 소대장 시절에 내가 존경하는 한 선배 대대장이 이 문구를 자기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가 사단장한테 혼줄이 났다. 전방 철책의 대대장이 싸우는 연구를 해야지, 안 싸우는 방법을 생각하다니 나약한 군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손자의 진의나 그 선배의 진의는 싸울 필요가 있을 때 싸움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고 싸움이 안될 만큼 병력과 무기와 훈련과 전법을 갖추도록 노력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이순신 장군의 제승전법(制勝戰法)이기도 하다. 싸움을 하기 전에 미리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 최고의 병법이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 셀 수도 없는 전쟁들이 일어났고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전쟁이 나서 죄 없는 사람들이 살상되는 것이 강남거리에서 한 젊은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지나가는 여성을 무차별 살해하는 일과 무에 다르랴? 우리가 철저하게 전쟁준비를 하는 목적은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결국 전쟁을 막자는 것이다. 설사 전쟁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과거의 한국전쟁에서처럼 선량한 국민들을 많이 희생시켰다면 결코 훌륭한 전쟁지도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핵무기를 쓰는 전쟁이라면 그야말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 될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또 이론을 통하여 혹은 손자나 이순신과 같은 영웅들의 지혜를 통하여 한반도에서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을 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내야 한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고, 끊임없이 그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각 나라는 왜 그렇게 군사력을 키우고 결국 전쟁으로 몰아가는가? 신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라는 사람이 그런 안보의 딜레마, 전쟁의 딜레마를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으로 비유를 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딜레마를 극복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고 각 나라가 협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죄수의 딜레마 혹은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하는 그의 비유는 이런 것이다. 1년 징역을 선고받을 정도의 마약을 소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 어디에선가 체포되었다. 경찰은 이들이 실제 마약 중개인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심증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입증할 증거나 증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들이 마약중개인이라는 것이 입증되면 그들은 적어도 25년의 형을 받게 된다. 경찰은 두 명 중 한 명이 상대방이 마약 중개인이라고 증언만 해주면 그 사람을 바로 풀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한명은 바로 풀려나고 다른 쪽은 25년 형을 살게 되는 것이다. 경찰은 두 명 각자에게 만약 둘 다 서로를 마약중개인이라고 증언한다면 두 명 모두 10년 징역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경찰은 이렇게 함으로써 각각의 용의자들이 일단 불기만 하면 상대방의 증언여부에 관계없이 적어도 15년이 감형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게 한다. 만일 둘 다 증언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마약을 소지한 죄로 1년 동안만 감옥에 있고 자유인이 될 것이다.

두 용의자는 다른 감옥에 수감되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들은그렇게 해서 동일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조지프 나이는 그 딜레마가 바로 각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키우는 딜레마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조지프 나이로부터 나왔다는 말이 있다. 그의 비유가 우리가 남북간에 전법을 계산하는데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상대를 배신하여 동료를 25년 동안 감옥에 보내고 자기는 바로 자유인이 되어 혼자 마약중개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을 믿고 자신도 침묵을 지켜 1년 동안 복역할 것인가? 그런데 내가 침묵을 지키고 상대가 배신을 하면 나는 25년 형을 살게 되고 그는 바로 풀려나 내 고객대상에게까지 마약을 팔게 될 것이다. 두 명 모두 서로 배신하면 각각 10년 형을 살게 된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맺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북한에 에너지 공급을 해주기로 합의했었다. 바로 위와 같은 딜레마 때문에 제네바 합의는 2003년에 파기되고 만다. 북한은 미국이 동구의 국가들처럼 북한도 붕괴될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지원을 하면서 시간을 벌자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봤고, 미국도 북한이 지원을 받으면서도 결국은 핵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이것은 독립적인 선택을 하는 합리적인 행위자간에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딜레마다. 최선의 결과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신뢰하여 합의한대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척 하면서 미국의 에너지 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고, 미국은 또 북한을 지원하는 척하면서 당장 급한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고 곧 동구국가들처럼 북한 체제가 붕괴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결과는 서로 배신하여 북한은 핵을 개발하였고, 미국은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였다.

수인의 딜레마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들은 모두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배신하는 것이 낫다. 그도 침묵하고 나도 침묵하면 1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나 만약 동료가 털어 놓고 나만 침묵하면 나는 25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그는 풀려나 혼자서 마약중개상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나만 멍청이가 되는 것이다. 내가 털어놓지 않고, 그도 털어놓지 않으면 각각 1년만 살면 되는데 그가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북한이 2006년에 1차 핵실험을 했는데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21세기군사연구소가 중국과 그 이전 2002년부터 양국간에 퇴역한 국방장관급 레벨이 참여하는 안보포럼을 추진했었다. 당시 중국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포기가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수인의 딜레마의 최악의 경우, 다시 말해 나는 침묵을 유지했는데 상대방이 나를 배신할 경우, 나는 25년 형을 살고, 상대방은 바로 자유인이 되어 혼자 마약 중개상을 독식하게 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들어간 돈으로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이다.

수인의 딜레마에서 각자가 자신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택하게 되면 그들은 각각 10년을 감옥에 있게 된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우리가 결코 햇볕정책으로 그들을 그렇게 많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 많은 돈을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더 효율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인의 딜레마에서 두 죄수가 서로 대화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두 죄수간에 믿음과 신뢰의 문제가 남아있다. 두 용의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마약중개상이다. 나는 상대방이 어떤 인간인지를 겪어왔다. 서로 합의한 후에 상배방이 속으로 ‘잘 됐다. 그가 입을 열지 않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배신당할 위험없이 그를 배신하여 최고의 결과를 갖자.” 이것이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밥먹듯이 해온 전법이다. 그것은 공산당 전략전술에 나와 있는 하나의 매뉴얼이다. 수인의 딜레마에서 다른 죄수가 입을 열지 않도록 막아놓고 자신만이 자유인이 되려는 셈법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합의는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고 하는 것은 아예 없는 것이다. 그것은 그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고 ‘이제 당신들은 군사력을 증강시키지 말라!’, ‘그러면 우리도 군사력을 증강시키지 않겠다.’, ‘이제 우리 함께 평화롭게 살자’ 그걸 믿고 군사력을 증강시키지 않는 나라는 지구상에 어느 나라도 없다. 역사적으로도 이것은 고대 그리스 국가로부터 변함없이 벌어져 왔던 어김없는 사실(fact)이었다. B.C. 5세기경에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한차례 전쟁을 치르고 나서 양쪽 모두가 이제 정전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동의했다. 그런데 주변의 도시국가에서 내분이 일어나 아테네에 지원을 요청한다.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다시 전쟁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지원을 거부한다. 그랬더니 그 도시국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리스에는 세 개의 큰 해군이 있다. 하나는 아테네요, 하나는 스파르타요, 다른 하나는 우리 나라다. 너희들이 지원을 하지 않으면 스파르타가 우리를 지원할 테고 그러면 너희들은 두 개의 해군과 싸워야 한다. 어쩔 텐가?”  결국 아테네는 지원을 선택하게 되고 또 세력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파르타가 나서게 되어 또 다시 제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이 스토리를 적은 책이 바로 그 유명한 투키디데스가 쓴 국제정치 현실주의자들의 세력균형론에 대한 고전이다.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평화조약을 지키기 위하여 주변국의 설득을 물리쳤어야 했는가? 그런데 만약 스파르타가 먼저 조약을 어기고 그 나라에 들어가 그 나라의 내분을 정리하고 그 나라의 해군을 장악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해군력의 균형은 2대 1이 되어 아테네에게 불리해졌을 것이다. 아테네인들은 스파르타인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어야 했는가? 당시 아테네의 결정은 수인의 딜레마에서 상대방을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약을 파기하는 것이었다. 혼자 25년형을 살기보다 서로 배신하여 10년형을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는 아테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그의 역사서에서 설명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파르타와의 2차 전쟁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한반도에서 어떻게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할 것인가? 이 시대의 제승전략(制勝戰略)은 무엇인가? 신 현실주의자 케네스 월츠는 전쟁의 원인을 세가지 차원에서 분석한다. 하나는 정치 지도자들의 성향이고, 둘은 국내사회의 환경 그리고 또 하나가 국제체제나 국제제도의 영향력이다. 그는 개인, 국가, 국가체제의 세가지 이미지를 적용하여 과거의 전쟁원인들을 분석하였고, 미래의 전쟁을 예측하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김일성이나 모택동, 스탈린 또 트루만이나 이승만의 개인적인 특성이 전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전쟁의 가능성에도 남북한의 정치 지도자들과 주변 강국들의 지도자들의 성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마땅히 그들 지도자들의 성향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구성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역학까지도…

그러나 정치 지도자만이 전쟁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개인의 의도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개인의 행동에 의해 그 개인이 활동하는 큰 체제에서 발생하는 더 큰 원인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김정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북한사회의 변화나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놓칠 수도 있다. 1991년 사담 후세인은 걸프전쟁에서 결정적인 요소였다. 1962년 쿠바사태에서 케네디와 흐루시쵸프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마지막 결정은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에 대한 변수가 김정은이나 한국을 비롯한 주변 강국의 지도자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왜 그들이 그와 같은 결정을 하게되는지에 대한 각국의 국내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분석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제승전략(制勝戰略)을 세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쩌면 월츠의 세번째 이미지인 국제체제나 국제제도의 활용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오히려 현실주의자들보다 조지프 나이와 같은 신 자유주의자 다시 말하면 제도적 자유주의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들은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전쟁은 전쟁의 필연성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생되는데 국제체제나 국제제도가 그 필연성을 약화시켜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지프 나이가 설명하는 국제체제나 제도의 효용성은 우리가 한반도에서 제승전략을 세우는데 꼭 필요한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그가 주장하는 국제체제나 국제제도의 효용성은 이런 것이다.

첫째, 평화에 대한 지속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미동맹은 한국인들에게 한반도에서의 전쟁방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하고 적어도 그것은 전쟁의 필연성을 약화시켜 투키디데스가 갈파한 전쟁 발발의 원인을 감소시켜 줄 수 있다.
둘째, 국제제도는 상호주의의 기회를 마련한다. 남북대화를 끊임없이 계속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정체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하다보면 덜 속을 수 있고, 양쪽이 좀더 공평해질 가능성을 높일 수가 있다.
셋째는 국제체제나 제도가 정보의 흐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체제나 제도를 통하여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된다. 이를테면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 북한의 술수는 무엇인가? 북한은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가? 김정은과 그의 스태프들과의 의사결정체계가 어떤 것인가 등등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국제체제나 제도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을 활용하듯,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 아니면 6자회담이라던가 다국적 기업이라던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국제체제, 국제기구들을 활용하여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에 미리 이겨놓고 있어야 한다. 전쟁을 회피한다고 전쟁이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전을 불사할 각오를 가지고 철저하게 전쟁준비를 하여 미리 이겨놓고 있을 때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제승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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